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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정부 미투 대책… ‘권력형 성폭행’ 최대 징역 5년→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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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정부 미투 대책… ‘권력형 성폭행’ 최대 징역 5년→10년

입력
2018.03.08 19:0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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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소시효도 7년→10년으로 늘려

성희롱 징계 않는 사업주 형사처벌 강화

미성년자 성년 때까지 민사 소멸시효 유예

가해자의 ‘명예훼손 역고소’ 방지 미흡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이 8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직장 및 문화예술계 성희롱·성폭력 근절 대책'을 정부 합동으로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이 8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직장 및 문화예술계 성희롱·성폭력 근절 대책'을 정부 합동으로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화예술계와 정치권 등 각계에서 우월적 지위에 의한 성폭력 범죄 고발이 잇따르면서 정부가 ‘권력형 성범죄’ 형량을 대폭 높이기로 했다. 최고 형량을 현행 징역 5년에서 10년으로 높이고 공소시효도 7년에서 10년으로 늘리는 게 골자다. 미투(#Me Too) 피해의 본질이 갑을 권력관계에 있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가해자 처벌 강화에 비해 피해자 보호 방안은 미흡해 근본 대책이 되기엔 미흡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8일 오전 12개 정부부처와 민간전문가로 구성된 ‘범정부 성희롱ㆍ성폭력 근절 추진 협의회’를 열고 ‘직장 및 문화예술계 성희롱ㆍ성폭력 근절대책’을 확정해 발표했다.

우선 법무부는 올해 안으로 업무상 위계나 위력(육체적 힘뿐 아니라 사회ㆍ경제ㆍ정치적 지위나 권세)에 의한 간음죄의 법정 최고형을 현행 징역 5년, 벌금 1,500만원에서 징역 10년, 벌금 5,000만원으로 높이는 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추행죄의 법정 최고형은 현행 징역 2년, 벌금 500만원에서 징역 5년, 벌금 3,000만원으로 상향된다.

공소시효도 길어진다. 업무상 위계ㆍ위력에 의한 간음죄는 현행 7년에서 10년으로, 추행죄는 현행 5년에서 7년으로 늘어난다. 특히 미성년자가 성폭력 피해자일 경우, 민사상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 시효를 성인이 될 때까지 유예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또한 ‘우월적 지위 이용 성폭력 사범에 대한 사건처리 기준’을 강화해 피해자와 가해자의 종속관계 정도, 피해의 반복성, 범행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구속ㆍ구공판ㆍ구형 기준을 만들기로 했다.

성폭력 피해자들이 1차 피해 이후 2차적으로 겪는 ‘불이익’에 대한 법률적 정의도 구체화할 예정이다. 현행 ‘성폭력 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36조)’은 ‘성폭력피해자를 해고하거나 그 밖의 불이익을 준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있지만 ‘불이익’의 범위가 구체적이지 않아 피해자들이 2차 피해를 입어도 법을 통한 구제를 받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았다. 해고, 징계, 직무 미부여, 집단 따돌림, 임금 차별 지급, 본인의 의사에 반하는 인사조치 등이 적시될 것으로 보인다.

직장 내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성희롱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도 나왔다. 현재는 사업주가 성희롱을 하거나 성희롱 행위자를 징계하지 않으면 과태료를 부과하는데 그치지만, 앞으로는 벌금 및 징역형까지 가능하도록 형사처벌 규정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정부의 이번 대책 발표로 가해자(2차 가해자 포함)에 대한 처벌 기준은 높아지지만, 피해자를 보호하는 방안은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차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온라인상 악성댓글이 심각한 경우 구속 수사하고 피해자 무료법률 지원을 강화하겠다는 정도다.

여성계에선 성폭력 피해 고발을 막는 장벽으로 지목돼 온 ‘사실적시 명예훼손죄’가 성폭행에 대해 예외적으로라도 폐지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실제 여성가족부는 법무부에 폐지 검토를 요청했지만 법무부는 법 적용의 형평성 등을 들어 고사했다고 한다. 대신 수사 현장에서 ‘위법성의 조각사유(형법 310조ㆍ죄가 안됨)’를 적극 적용해 피해자가 처벌 받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수사기관이 배려한다는 원론적인 내용만 담았다. 박균택 법무부 검찰국장은 “명예훼손죄가 없어지면 미투 운동에 참여한 피해자에 대한 명예훼손 가해 행위도 처벌하지 못하게 된다”며 “오히려 약자를 보호하지 못하게 될 수도 있어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간죄 기준 완화에 대한 요구도 반영되지 않았다. 현재 강간죄 인정 기준은 피해자가 항거가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할 정도의 폭행이나 협박을 수반해야 해 기준을 ‘동의 여부’로 완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송란희 한국여성의전화 사무국장은 “실명과 얼굴을 공개하면서까지 여성들이 성폭력 피해를 고발하는 이유 중 하나는 성폭력에 대한 법적 정의가 협소해 기존 제도 안에서 법적인 구제가 어렵기 때문”이라며 “가해자 형량을 강화해도 강간죄 인정 기준이 바뀌지 않으면 실제 처벌로 이어지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이날부터 고용노동부 홈페이지를 통해 민간부문 직장 내 성희롱 신고센터를 개설해 상시 운영한다. 익명으로 신고해도 행정지도에 착수해 피해자 신분 노출 없이 해당 사업장에 대한 지도 감독을 한다는 방침이다. 문화체육관광부도 민관합동 특별조사단과 문화예술계 피해자 지원을 위한 특별신고ㆍ상담센터를 오는 12일부터 100일간 개설한다.

김지현 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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