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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권력형 성범죄, 방관도 범죄라는 인식 있어야 근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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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권력형 성범죄, 방관도 범죄라는 인식 있어야 근절된다

입력
2018.03.08 18:0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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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8일 여성가족부 등 12개 부처와 민간 전문가로 구성된 성희롱ㆍ성폭력 근절 추진협의회를 열어 직장 및 문화예술계 성희롱ㆍ성폭력 근절 대책을 발표했다. 업무상 위계ㆍ위력에 의한 간음죄, 추행죄에 대한 법정형 상한을 각각 징역 5년에서 10년, 징역 2년에서 5년으로 늘리는 등 권력형 성범죄자 처벌 강화와 고발자 2차 피해 예방이 핵심 내용이다.

‘미투’ 물결을 타고 터져 나오는 성범죄 사례들은 한결같이 사회적 위계 속에 권력을 쥔 남성이 약자인 여성을 대상으로 저지른 일이다. 여성가족부 장관도 세계여성의 날 메시지에서 “미투 운동은 우리 사회의 만연한 오랜 적폐인 성별 권력구조와 성차별 문제에 마침내 분노가 터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남성이 우월적 지위를 활용해 여성에게 저지른 다양한 형태의 성폭력을 막자는 이번 대책의 문제의식에 공감한다. 고발자가 2차 피해에 대한 두려움 없이 피해를 고발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을 위한 피해자에 대한 온라인 악성댓글 수사 강화, 직장 내 ‘성희롱 익명신고 시스템’ 운영 등의 조치도 반길 만하다.

다만 성폭력 고발 피해자들이 가해자로부터 되레 ‘사실적시 명예훼손’으로 고소당할 수 있는 형법 307조 1항에 대한 개정 검토가 빠진 점은 아쉽다. 법무부는 이 조항 폐지 시 가해자가 역으로 미투 고발자의 과거 전력을 꼬투리 잡는 식으로 가해행위를 해도 처벌할 수 없는 모순이 발생한다며 신중론을 폈다. 대신 수사과정에서 위법성 조각 사유를 적극 적용한다는 대안을 냈지만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다. 어렵게 용기를 낸 피해 고발자들을 협박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여지가 크고, 그런 두려움 때문에 고발을 주저하게 만들 수 있는 이 조항의 폐지를 적극 검토하는 게 바람직하다.

과거 안희정 경선 캠프에 참여했던 인사들이 이날 안 전 지사 성폭행 피해 고발자들에 대한 지지를 선언하면서 “만연한 성폭력과 물리적 폭력은 ‘어쩌다 나에게만 일어난 사소한 일’이 아니라 ‘구조적 환경’ 속에서 벌어진 일”이며 “캠프가 잘되길 바라는 마음 때문에 문제를 제기하지 못했음을 뒤늦게 깨달았다”고 했다. 정부가 향후 과제로 성범죄의 조직적 은폐, 방조 행위에 대한 범죄성립 여부나 성희롱 행위자를 징계하지 않는 사업주를 징역형에 처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처벌 강화만으로 위계에 의한 성폭력이 하루아침에 근절될 리 만무하다. 방관 역시 넓은 의미의 가해라는 점을 모두가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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