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채진/사진=WKBL 제공.
[한국스포츠경제 김정희] 훈훈한 축하와 덕담이 오가는 가운데 일순간 모두가 숙연해졌다.
최근 구단 해체를 발표한 구리 KDB생명의 한채진(24)이 무대 위에 오르면서다. 8일 서울 더케이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신한은행2017~2018 여자프로농구(WKBL) 정규리그 시상식이 열렸다. 한채진은 WKBL 심판부가 선정한 모범선수상을 받았다. 꽃다발과 상패를 받아들었지만 얼굴에는 기쁨보다 슬픔이 가득했다. 그는 눈물을 흘리며 “지금은 힘든 시기다. 선수들과 감독님이 너무 힘들게 이 시즌을 치렀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뜻깊은 상이라 생각하고, 좋은 팀을 만나서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게 또 다른 희망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객석에 앉아 이 모습을 지켜보던 KDB생명 동료 선수들도 하나같이 고개를 푹 숙이고 감정을 추스렀다.
한채진은 2008~2009시즌부터 KDB생명에서 뛰며 간판스타로 성장했다. 그러나 팀은 지난 7일 부천 KEB하나은행과 정규리그 최종전을 끝으로 해체를 결정했다. 김영주(50) 전 감독이 시즌 도중이었던 지난 1월 성적 부진을 이유로 사퇴하면서 박영진 감독 대행 체제로 정규리그를 치렀다. 마지막 경기에서도 패하며 WKBL 사상 최다 연패 기록(22연패)을 떠안았다. 2000년 금호생명으로 창단해 올해 18년 구단 역사에 마침표를 찍었다.
2년 연속 정규리그 최우수선수상(MVP)을 차지한 박혜진(우리은행)도 이들을 위로했다. 수상 소감을 말하던 중 “제가 이런 말을 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얼마 전 한 팀이 해체 결정을 했다. 같이 코트에서 뛰는 동료로서 꼭 좋은 소식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동료애를 표했다. 시상식을 마친 뒤 인터뷰에서도 “혹시 내가 MVP를 받게 된다면 밋밋하게 하는 것보다 제대로 준비해야 할 것 같아서 어제 생각을 많이 했다”며 “다른 부분은 크게 떠오르지 않았는데 KDB생명의 해체가 가장 먼저 떠올랐다. 오늘 아침에 여기에 오면서까지 상을 받으면 이 얘기를 할까 말까 고민을 많이 했다. 그런데 그 친구들(KDB생명 선수들) 얼굴을 보고나서 더 말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이날 KDB생명 선수들도 시상식에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6개 구단 중 박 감독 대행을 제외한 5개 구단 감독들만 자리했다.
김정희 기자 chu4@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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