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용 청와대 안보실장이 언급한, 미국을 향한 북한의 메시지 내용이 초미의 관심사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당 중앙위 1부부장의 대미 특사설 해외언론 보도, 김정은의 장거리미사일 능력 및 핵확산 의제에 대한 결단 표명 전망 등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김정은이 비핵화 조건으로 내건 군사적 위협 해소 및 체제안전 보장의 구체적 내용으로 영변 핵시설 가동 중단, 북한 억류 한국계 미국인 3명의 석방 문제도 거론된다. 북한의 적극 대화 의지로 보아 미국 측에 전향적 메시지가 전달될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주목할 것은 김정은이 대북 특사단에게 말했다는 “대화 상대로서 진지한 대우를 받고 싶다”는 발언이다. ‘진지한 대우’란, 북한을 정상국가로 인정해 달라는 의미다. 여기에는 대화 파트너에 대한 존중의 차원을 넘어 대북 제재와 테러지원국 지정 등 자신들에게 씌운 굴레를 없애 달라는 의미가 포함돼 있다. 장기적으로는 체제 보장, 북미 수교도 염두에 둔 것으로 그 함의가 작지 않다.
정상국가로의 복귀는 사실 우리를 비롯한 국제사회가 바라는 바다. 핵ㆍ미사일 도발을 할 때마다 북한이 책임 있는 국가로 복귀하는 길은 핵을 포기하는 것뿐이라고 국제사회는 거듭 요구해 왔다. 북한이 정말 정상국가로 인정받길 원한다면 이젠 그런 의지를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말뿐만 아니라 실질적 비핵화를 향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 그 첫걸음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미국이 대북 특사단의 방북 성과에 대해 우리처럼 긍정적이지는 않다.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은 “북한이 비핵화 가능성을 시사한 것은 트럼프 정부의 경제제재가 효력을 발휘했기 때문”이라며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에 동의할 때까지 제재를 계속할 것”이라고 했다. 얼마 전 주한 미대사직에서 낙마한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는 북한의 외교적 접근을 “핵무기를 이용해 경제적 이득을 얻어 내려는 ‘전술적 변화’”라며 “한국에 대한 미국의 확장억제 정책을 상쇄하고 동맹관계를 약화시키려는 의도”라고 비판했다.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CVID)’라는 트럼프 정부의 북핵 접근법도 확고하다.
북미 간 간극을 좁히기 위해 우리가 대북 공조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대화 분위기를 적극 견인하는 것은 이런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 다음달 남북정상회담에 거는 기대가 큰 이유다. 남북관계의 해빙 분위기가 북미대화로 이어지려면 무엇보다 남북 간, 한미 간 신뢰가 바탕이 돼야 한다. 우리 정부 역할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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