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코앞의 위협 치워주며
핵동결 파격 선언할 수도
영변 핵시설 가동 중단
억류 미국인 3명 석방도 거론
북미대화 여부에 대해 여전히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는 미국의 마음을 움직일 북한의 다음 수는 뭘까.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이 평양에 다녀온 지 이틀 만인 8일 미국 방문길에 오르면서 이들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대신 전달해줄 북한의 히든 카드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우선 단순한 비핵화 의사 외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 중단이나 영변 핵시설 가동 중단 등의 구체적 조치가 거론된다. 익명의 국책연구기관 관계자는 이날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이 없다면 비핵화하겠다는 김정은의 말은 기존 북한 입장에서 조금도 달라지지 않은 것”이라며 “북미대화로 옮겨가려면 결국 비핵화 부분에서 북한이 더 적극적 조치를 내놔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청와대는 ICBM 개발 중단이나 영변 핵시설 가동 중단설에 대해 “추측에 불과하다”며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문재인정부가 북핵 해법으로 제시해온 ‘선(先) 핵동결, 후(後) 핵폐기’의 2단계 접근법을 적용할 경우, 결국은 이런 방안이 북미 간 대화테이블에 오르지 않겠냐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ICBM은 미국 입장에서도 코 앞의 위협이 된 만큼 급한 불부터 먼저 꺼주겠다는 대북 메시지라는 점에서 가능성이 없지 않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북한이 더 파격적으로 간다면 핵동결 또는 핵동결을 확인해 줄 수 있는 조치를 취하겠다고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핵폐기 과정에서 각 조치마다 보상을 요구해온 북한 특유의 ‘살라미 외교’ 전술을 고려하면 핵동결 카드를 본격적인 협상 이전에 사용하진 않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미국에 김정은 위원장의 특사를 보낼 가능성도 거론된다. 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당 중앙위 제1부부장을 대남 특사로 파견해 남북관계 회복을 급진전시켰듯 워싱턴에도 중량급 인사를 보낼 수 있다면 ‘원 포인트’로 북미 간 신뢰감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 내 억류자 석방 가능성도 꾸준히 거론된다. 미국 내 북한에 대한 적대적 여론은 지난해 6월 오토 웜비어 사망 사건을 계기로 급상승했다. 현재 북한에 남아있는 미국인 억류자 3명을 석방해 미국 내 대북 적대 여론을 낮추면서 북미대화의 윤활유로 쓸 것이란 관측이다. 김준형 한동대 교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도 (북한 억류자 문제에서) 내세울 만한 업적이 없기 때문에 북한이 내놓을 만한 카드”라고 설명했다. 이 경우 구체적 교섭이 필요한 만큼 미국 정부 인사가 평양을 방문해야 하고, 여기서 자연스럽게 북핵문제를 둔 탐색적 대화가 진행될 수도 있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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