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Me too) 없는 세상을 만들자.”
8일(현지시간)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전 세계 여성들이 던진 메시지는 한마디로 이렇게 요약된다. 권력자 개인을 향한 성폭력 고발에서 촉발된 미투 운동은, 이제 성범죄와 성차별 등 여성을 억압하는 구조를 끊어내는 사회 변혁 운동으로 진화하고 있다.
세계 각국이 여성의 날을 기념하는 풍경도 미투 운동 이전과는 분명히 달라졌다. 수천 명이 단순히 광장에 모여 여권 신장 구호를 외치는 데서 벗어나 실질적 제도와 후속조치들을 발표하며 ‘애프터 미투’ 를 고민하고 있다.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는 이날 맞춰 가정폭력 가해자에게 전자 발찌를 채우는 가정폭력방지법 초안을 공개했다. 법안에 따르면 피해자 혹은 가족 구성원이 요청할 경우 법원은 기소 전에라도 가해자의 추가 폭력을 막기 위해 전자 발찌 착용 명령을 내릴 수 있다. 법안은 또 신체적 학대뿐 아니라, 가족 구성원에게 대출을 강요하는 등의 경제적 학대도 가정폭력 범주에 포함시켰다. 가디언 등 현지 언론은 가정폭력에 대한 국가의 개입 범위를 획기적으로 넓힌 전례 없는 대책이라고 평가했다.
영국 노동당은 남녀 임금 격차 해소 노력을 하지 않는 기업과 고용주를 처벌하는 법안도 준비 중이다. 영국 산별노조협의체인 TUC(노동조합회의)는 영국 여성들이 성별에 따른 임금 차별로 인해 연간 67일을 무료로 일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스페인 전역에선 여성 노동자들이 임금 격차 해소를 촉구하며 일일 파업에 나섰다. 파업에는 마누엘라 카르메나 마드리드 시장과 아다 콜라우 바르셀로나 시장 등 유명 여성 정치인들도 동참했다. 콜라우 시장은 “여성들이 사라졌을 경우 세계가 멈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나섰다”고 말했다.
벨기에에선 이른바 여혐(여성혐오) 발언을 한 남성이 처음으로 유죄 판결을 선고 받았다. BBC는 브뤼셀 법원이 여성이란 이유로 교통경찰관을 모욕한 한 남성에게 3,000유로(약 397만원) 벌금형을 선고했다고 보도했다. 벨기에는 2014년 성별을 이유로 상대를 비하하거나 모욕하는 표현을 하면 처벌하는 성 차별 금지법을 제정한 바 있다. 일상에서 무심코 자행되는 성 차별과 억압을 더 이상 용인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다.
지진이 터진 아이티에서 성추문 행각을 벌인 게 최근 드러나 비난 받은 옥스팜 등 국제 구호단체들은 자정 노력을 다짐했다. 전세계 구호단체 여성 직원 1,000여명은 성폭력 예방과 대책, 기부의 투명화 등등 구호단체 내부 개혁을 촉구하는 공개성명을 발표했다.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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