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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 얕은 기술이라 나무라지 마세요… 작은 성취가 삶의 원동력인 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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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 얕은 기술이라 나무라지 마세요… 작은 성취가 삶의 원동력인 걸요

입력
2018.03.08 14:21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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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몰입

로버트 트위거 지음・정미나 옮김

더퀘스트 발행ㆍ288쪽ㆍ1만 6,000원

‘작은 몰입’ 표지.
‘작은 몰입’ 표지.

유서 깊은 절이나 유명 등산로의 신물을 모신 곳에 가면 꼭 있는 게 있다. 방문객들이 주변의 돌멩이를 주워 쌓은 돌탑이다. 함부로 덤볐다간 낭패 보기 일쑤다. 소심하게나마 소원을 빌 생각에 작은 돌멩이를 올렸다가 남이 쌓은 탑까지 무너뜨리면 얼굴이 화끈 거른다. 폐를 끼치지 않으려 새로 돌탑을 쌓아 올려보지만 영 진도가 안 나간다. 손재주가 없는 걸까 자책할 수 있다. 돌탑 쌓기에도 묘책이 있다. 평평하기만 한 돌을 받침돌로 쓰면 안 된다. 표면에 돌출이 세 개 이상 있는 돌을 찾아야 한다. 그 흠 사이에 돌을 올려야 균형 잡기가 수월하다.

작은 일에 목숨을 걸 필요도 있다. 사소한 일의 성취가 때론 삶의 원동력이 된다. 작은 성취라도 반복하다 보면 삶의 만족도는 높아지기 마련이다. 저자는 행복을 위해 ‘마이크로 마스터’가 되라고 권한다. 작은 일에 몰두해 잔 지식과 기술을 많이 쌓으라는 얘기다.

오믈렛 만들기 등 일상의 작은 몰입이 삶을 윤택하게 한다. 게티이미지뱅크
오믈렛 만들기 등 일상의 작은 몰입이 삶을 윤택하게 한다. 게티이미지뱅크

TV 프로그램도 3분짜리 영상으로 쪼개 보는, 모든 것의 주기가 짧아지는 시대엔 새로운 인재가 필요하다. 한 우물만 죽어라 파 ‘끝판왕’이 되는 전문가는 구시대적이란다.

‘넓고 얕게’가 마이크로 마스터의 이상향이다. 잔기술의 가짓수가 늘어날수록 내 일과 삶이 편해진다. 사소한 자원이 풍부해야 예기치 못한 타격에도 잘 버티기 때문이다. 한 가지로만 세상을 바라보면 모든 것의 의미는 축소된다. 넓고 얕게 가야 타인에 쏟는 관심도 늘고, 세상도 넓게 볼 수 있다. 작은 일의 완수를 거쳐야 큰 꿈도 꿀 수 있다. 집중의 단위가 작고 어렵지 않은 것부터 시작하면 된다. 초밥 만들기부터 3시간 만에 일본어 읽기까지 바로 써먹을 수 있는 일상의 기술이면 충분하다.

제주에서 느리게 사는 삶을 실천하는 이효리와 이상순도 아니고, 무엇인가를 배우기 위해 짬을 내는 것도 어려운 게 현실이다. 책은 작은 몰입을 통해 생산의 가치를 회복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생산은 죽어있는 몸과 정신을 일깨운다. 이 열림의 과정은 창의성의 중요한 텃밭이 되기도 한다. 머리를 비우기 위해 컬러북 색칠로 시간만 죽이지 말라. 생산적인 방향으로 가치관을 바꿔 삶에 숨통을 틔우라는 메시지인 셈이다.

생활에 친숙한 소재로 새로운 삶의 방향을 환기한 건 흥미롭다. 딱 여기까지다. 6가지 법칙을 들어 마이크로 마스터가 되는 방법을 구구절절하게 써 놨지만, 너무 뻔해 자기계발서라고 하기엔 내용이 빈약하다. 39가지에 달하는 작은 기술 습득법으로 책의 과반을 할애했는데, 정보성이 약해 아쉽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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