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주택 모델 개발 등 업적
인도의 전통적 건축양식에
변하는 시대상을 담아
건축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리츠커상 수상자에 인도 건축가 발크리시나 도시(Balkrishna Doshi)가 선정됐다. 인도 건축가가 프리츠커상을 수상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프리츠커상을 주관하는 미국 하얏트재단은 7일(현지시간) 홈페이지를 통해 발크리시나 도시의 선정을 발표하며 “도시(Doshi)의 건축과 도시계획은 단순히 ‘용도와 구조물의 결합’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기후, 입지 특성, 지역적 맥락에 대한 깊은 이해가 장인 정신과 어우러져야 한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심사위원단은 “도시가 설계한 100여 채 이상의 건물은 시적이면서도 기능적”이라며 “인도의 역사 문화 전통 건축양식과 변하는 시대상이 담겨있다”고 덧붙였다.
1927년 인도 마하라슈트라주(州) 푸네에서 태어난 도시는 인도 뭄바이와 영국 런던에서 건축을 공부했다. 현대 건축의 거장 르 코르뷔지에(1887~1965)의 사무실에서 일을 시작해 인도 북부의 찬디가르, 서부의 아마다바드 신도시 계획을 지휘했다. 1960년대 아마다비드의 ‘인디안 인스티튜트 오브 매니지먼트’에서 미국 건축가 루이스 칸과도 일했다.
도시는 두 거장의 건축 철학을 인도 현지 감성과 환경에 맞춰 독자적으로 발전시켰다는 평을 듣는다. 인도의 저가 주택 모델을 개발하는데 있어 핵심 인물로 꼽힌다. 대표작은 1989년 완공한 아란야 커뮤니티의 하우징 프로젝트로 저소득층 8만 명을 수용한 주택 건설 사업이다. 아마다바드에 건축 전문 대학(SAP·CEPT대학으로 이름 변경)을 설립하고 후진 양성에 힘썼고, 미국 일리노이대 방문 교수를 지내는 등 교육자로 입지도 다졌다.
수상소식을 들은 도시는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인도의 미래를 걱정하며 저가 주택을 설계했다. 이제 내게 ‘우리가 여기까지 이뤄냈다’고 말할 기회가 생겼다”고 말했다. 그는 “내 평생의 목표는 아무 것도 가지지 못한 사람들에게 힘을 북돋아주는 것”이라며 “집 자체가 삶을 바라보는 인간의 시각을 변화시킨다. 이제 그들의 삶은 달라졌고 그들은 희망을 품게 됐다”고 말했다.
시상식은 5월 캐나다 토론토의 아가칸 박물관에서 열린다. 상금은 10만 달러(약 1억1,000만원), 청동 메달도 받는다.
이윤주기자 mis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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