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발상황 대비 경찰 병력 500명 배치 예정
취재진 대기… 시민단체 등 잇단 규탄성명
사퇴 당일 운전기사가 집무실 개인물품 챙겨가
8일 오전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기자회견이 예고된 충남도청은 아침부터 긴장감이 돌고 연이어 이어진 시민단체 등의 잇단 성명발표로 분주했다.
안 전 지사 측은 전날 오후 여비서의 성폭행 폭로 이후 사퇴하고 나흘간 잠적했던 안 전 지사가 직접 도청을 찾아와 기자회견을 열겠다고 통보했다. 출근길 공무원들은 서둘러 사무실로 들어가는 와중에도 삼삼오오 대화를 나눠 기자회견에 대한 높은 관심을 보였다. 기자회견 장소인 도청 로비에는 전날 오후부터 카메라를 비롯한 방송 장비들이 자리를 잡았다. 방송중계차량도 의회동과 본관 사이에 주차하고 안 전 지사를 기다리고 있다.
당초 기자회견은 브리핑룸으로 예정됐다. 전날 남궁영 권한대행은 “브리핑룸이 좁아 사고가 날수도 있다”는 기자들의 요청을 수용, 장소를 바꾸었다. 도는 기자회견 장소에 의자 50개를 배치할 예정이다. 안 전 지사에 대한‘최소한의 예우’만 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되고 있다. 경찰은 기자회견 때 돌발상황 발생을 대비해 병력 500명을 배치할 계획이다. 분노한 지지자, 보수단체 회원들이 찾아와 안 전지사에게 항의할 가능성이 높고, 이 과정에서 돌발사고 발생을 우려해서다.
도청 건물 5층의 안 전지사 집무실은 굳게 잠겨 있었다. 안 전 지사 사퇴로 정무라인 비서들이 자동 면직돼 3명의 일반 직원만 근무했다. 전날까지 일반직원이 비서실을 지켰으나 이날은 문이 잠겼다. 집무실에 있던 안 전 지사의 옷과 책 등 개인물품은 모두 가져간 것으로 확인됐다. 안 전 지사가 사퇴한 6일 오후 6시께 그를 수행하던 운전기사 정모씨가 찾아와 모두 챙겨갔다. 그러나 공관을 취재진이 지키고 있고 주민들이 간간히 찾아오는 점을 의식한 듯 공관의 짐은 가져가지 않았다.
시민단체 성명도 이어졌다. 충남 인권위원회는 10일 브리핑룸에서 “안 전 지사의 성폭력 사건은 220만 충남도민은 물론 전 국민의 분노와 지탄을 받아 마땅한 반인권적인 행위”라며 “철저한 수사와 피해자의 2차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보호 조치하라”고 주장했다.
28개 여성단체가 참여한 충남성희롱사건대책협의회도 ‘#MeToo연대와 #젠더폭력 Out! 충남여성행동’ 기자회견을 열고 안 전지사를 규탄했다.
홍성=이준호 기자 junh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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