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인 제각각이지만 패턴 같아”
14건 재조사 필요성 대두
심장마비, 자살, 사고사, 자연사….
7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은 러시아 이중간첩 출신 세르게이 스크리팔(66) 부녀가 러시아 쇼핑물 벤치에서 신경가스 공격으로 쓰러진 사건을 계기로 영국으로 망명한 러시아 출신 스파이·부호들의 사망 사건을 재조명했다.
이들이 숨진 원인은 제각각이지만 영국 내에서 러시아 당국의 지시로 일어난 사망 사건이라는 의혹을 받는다는 점만큼은 같다.
이번 스크리팔 사건과 가장 유사한 사례는 10여 년 전 알렉산더 리트비넨코 독살 사건이다. 전직 러시아 정보요원으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 비판적이었던 리트비넨코는 2006년 11월 런던 밀레니엄 호텔에서 고도의 방사성 물질인 폴로늄-210이 든 녹차를 마신 뒤 장기가 하나하나 망가지기 시작해 3주 만에 숨졌다. 그는 영국 정보기관 MI6에 러시아 조직범죄에 대해 자문을 제공해왔다. 당시 영국 정부는 러시아의 소행으로 결론을 내렸다.
2012년에는 러시아서 망명한 부호 알렉산더 펠레필리흐니(사망 당시 44세)가 조깅 도중 쓰러졌다. 애초에는 자연사로 추정됐으나 그가 러시아 정부 연관 범죄조직의 돈세탁 사실을 폭로한 뒤 살해 위협을 받았던데다, 그의 위에서 겔세뮴이란 식물의 독성 성분이 검출되면서 역시 러시아 당국이 배후로 지목됐다.
역시 영국으로 망명한 러시아 재벌 보리스 베레조프스키(사망 당시 67세)의 죽음도 석연치 않은 사건으로 꼽힌다. 그는 2013년 욕실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경찰은 타살 증거를 찾지 못했다고 밝혔으나, 유가족은 베레조프스키의 목에 흔적이 없고 갈비뼈가 부러져있는 점, 머리 뒤에 상처가 난 점 등을 근거로 피살 가능성을 제기했다. 리트비넨코의 친구이기도 한 베레조프스키는 2000년 푸틴 대통령의 올리가르히(신흥재벌) 척결과정서 쫓겨나 2003년 영국서 정치 망명 승인을 받았으며, 이후 푸틴 대통령을 줄곧 비판했다.
러시아는 이러한 일련의 사건에 대해 개입을 부인하고 있지만, 영국에서는 지난 20여년간 자국서 발생한 의문의 사망 사건 14건에 대해 재수사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부패 의혹을 받는 러시아 고위 당국자들에게 제재를 부과하자는 캠페인을 이끌었던 러시아 금융인 출신 빌브라우더는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를 배반했다고 간주하는 누구든 최고 수준의 위협에 놓이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영국 정부는 펠레필리흐니 사건 때처럼 범죄를 완전히 무시하거나 알고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서 "러시아는 영국에서 암살을 저질러도 어떤 처벌을 받지 않아 그냥 달아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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