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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 코포자 안돼” 코딩 열공하는 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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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 코포자 안돼” 코딩 열공하는 맘들

입력
2018.03.08 04:40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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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중학교부터 교육과정 시작

초등 5ㆍ6학년으로 단계적 확대

스터디 그룹 만들어 강사 초청

학원가도 학부모 겨냥 강좌 운영

[저작권 한국일보]엄마코딩스터디.jpg-박구원기자
[저작권 한국일보]엄마코딩스터디.jpg-박구원기자

‘대학에서 컴퓨터공학 전공한 엄마예요. 아이들 소프트웨어(SW) 교육이 의무화됐으니 코딩 관련 재능기부를 하려고요. 엄마들부터 뭔지 알고 가르쳐야죠. 하루 정도 브런치 하면서 간단하게 스크래치(코딩 언어 중 하나) 굴려보는 거 어떠세요?’

서울 은평구에 사는 초1 학부모 윤승아(38)씨는 지난달 말 자주 들르는 온라인 맘카페에 ‘엄마 코딩 스터디’ 멤버로 합류했다. 한 학부모가 새 학기부터 정규 교육과정에 포함되는 SW교육을 계기 삼아 간단한 코딩(codingㆍ컴퓨터 언어로 프로그램을 만드는 일) 교육을 해주겠다는 글을 올리면서다. 윤씨는 “엄마들 6명이 수시로 만나 코딩 서적을 읽고 프로그램도 직접 실행해보기로 했는데, 스터디 모집 글에 22명이나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고 전했다.

2015 개정 교육과정 도입으로 올해 중학교(3년간 34시간)를 시작으로 초등학교(5ㆍ6학년 17시간)까지 단계적으로 SW교육이 의무화되면서 새 학기 코딩을 배우려는 엄마들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정규과정에서 코딩을 접해보지 못한 학부모들이 자녀를 ‘코포자’(코딩이 어려워 공부하기를 포기한 사람)로 만들지 않기 위해 낯선 개념부터 활용법까지 익히느라 진땀을 흘리고 있는 상황. 과거 선행학습이나 학부모 도움이 필요한 숙제가 ‘엄마 숙제’라 일컬어졌던 것처럼, ‘엄마 코딩’이라는 용어가 생겨났을 정도다.

[저작권 한국일보]서울 지역 코딩 학원 변화. 박구원기자/2018-03-07(한국일보)
[저작권 한국일보]서울 지역 코딩 학원 변화. 박구원기자/2018-03-07(한국일보)

7일 교육부에 따르면 새 교육과정 상 코딩과 관련된 ‘문제 해결과 프로그래밍’ 및 ‘컴퓨팅 시스템’ 등 2개 영역이 이전 교육 과정에 비해 대폭 세분화된다. 배워야 할 내용요소가 기존 6가지에서 알고리즘 표현, 컴퓨팅 언어 입력과 출력, 프로그래밍 응용, 센서 기반 프로그램 구현 등 10가지로 다양해지는 것이다. 학창시절 문서 작성 위주의 컴퓨터 수업을 받았던 학부모들에게는 매우 낯선 주제들이다.

한 코딩 학원이 온라인 맘카페에 게재한 '엄마 코딩 교실' 홍보 팸플릿. 온라인 화면 캡처온라인 화면 캡처
한 코딩 학원이 온라인 맘카페에 게재한 '엄마 코딩 교실' 홍보 팸플릿. 온라인 화면 캡처온라인 화면 캡처

교육당국, 과열 치닫자 우려

“어렵지 않아 정규수업으로 충분”

학부모들은 지역을 중심으로 스터디 그룹을 꾸리거나 전문서적을 구입해 독학에 뛰어들고 있다. ‘대입에서 코딩 관련 활동 경력이 경쟁력이 있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꽤 전문적인 수준의 공부까지 염두에 둔 이들도 있다. 실제 중앙대는 2018학년도부터 학생부종합전형(학종)으로 SW인재 전형을 신설하는 등 총 16개 대학에서 552명의 소프트웨어 특기자를 모집했다. 초2 학부모이자 직장맘인 정모(41)씨는 “스터디 모임에 자격증이 있는 사람을 초청해 교습을 받는 사례도 있다”며 “정부가 나서서 코딩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데다 대입에도 활용할 수 있으니 주말에 공부를 해놓는 것”이라고 말했다.

수요를 꿰뚫은 학원들은 학부모를 대상으로 한 코딩 강좌까지 적극 운영 중이다. ‘엄마와 아이가 열흘 만에 끝내는 코딩’ ‘엄마부터 코딩 완벽 마스터하기’ 등 엄마들을 꼬드기는 마케팅도 활발하다. 코딩 관련 제품 업체들도 “코딩 교육은 홈스쿨링으로 시작해야 한다”며 적게는 5만원, 많게는 20만원을 넘어서는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윤승아씨는 “욕심이 많은 엄마들은 아이 학원과 학부모 강좌, 다양한 코딩 기계에 한 달에 수십만원을 쓰기도 한다”고 말했다. 심지어 초등학교에 입학하기도 전인 영유아 학부모조차 코딩 배우기에 발 벗고 나설 정도다.

교육당국도 이런 엄마들의 코딩 열풍이 과열로 치닫는 걸 우려하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학생들이 따라오지 못할 정도로 어려운 내용이 아니어서 정규 수업만으로 충분하다”며 “학생ㆍ학부모의 불안감을 부추기는 학원ㆍ교습소에 대해선 꾸준히 모니터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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