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비원 고용 유지ㆍ월급 인상 등
주민 부담 늘어도 반발 거의 없어
층간소음위원회 만들어 민원 중재
“여름철 고생하는 경비원들을 위해 경비실에 에어컨을 설치하면 어떨까요.” 2016년5월20일 경기 양주시 ‘양주자이4단지 입주자대표회의에 올라온 이 안건은 이날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안건통과로 비좁은 경비실 3곳에는 에어컨이 생겼다. 200만원 가량의 설치비용과 매달 추가로 들어갈 경비실 전기요금은 852가구 입주민들이 내는 공동 관리비로 부담했다.
6일 찾은 이 아파트 경비실에는 벽걸이 에어컨이 달려 있었다. 에어컨뿐 아니라 올 겨울 유난히 추위가 기승을 부리자 난방기기도 새것으로 바꿨다. 덕분에 쌀쌀한 바깥 기온과 달리 안에는 온기가 돌았다.
이희명(65) 경비반장은 “예전에 일하던 경비실은 한여름에는 영상 40도, 한겨울에는 영하10도를 넘나 들었다”며 “지금은 쾌적한 환경에서 일할 수 있어 좋다”고 웃었다.
양주자이 4단지 아파트는 ‘2017년 공동주택 우수관리 단지’ 시상식에서 최우수 관리단지로 선정, 국토교통부장관 표창과 인증동판을 수상했다. 전국 각 시ㆍ도 지자체가 추천한 23개 아파트 단지를 대상으로 평가를 했으며, 근로자 복지 향상 등에서 높은 점수를 얻었다.
양주자이 관리사무소와 입주자대표회의는 그 동안 경비원(6명)과 단지 환경미화원(9명)의 복지향상에 남다른 노력을 기울여왔다.
지난해 봄부터는 1년에 두 차례 야유회를 정례화 했다. 이들의 노고에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 위한 자리다. 입주민도 봉사단을 결성, 여름이면 매일 아침 대형 마트에서 얼음물을 가져와 경비실에 놓아둔다. 경비원과 미화원, 택배기사 누구나 목을 축일 수 있게 배려 한 것이다.
최근 최저임금 인상으로 쫓겨나는 아파트 경비원이 늘고 있는 현상도 이 아파트와는 무관하다. 조건 없이 고용을 유지하면서 경비원과 환경미화원의 월급을 최저임금(시간당 7530원)을 인상에 맞춰 올려줬다. 한 경비원 월급은 지난해 191만9,561원(세전)에서 올해 223만1,758원으로 올랐다.
이 아파트가 이처럼 입주민과 근로자들의 상생 공간으로 변한 건 2014년 7월 김정임(47) 소장이 취임한 이후부터다. 한여름 비지땀을 흘리며 일하는 경비원들의 모습을 본 게 계기가 됐다.
김 소장은 “일터가 행복해지니까 경비원과 미화원도 더 열심히 업무를 하고 있어 입주민들도 좋아한다”고 말했다.
이런 변화는 무엇보다 입주민의 호응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가구당 추가 관리비 부담은 늘었지만 주민반발은 거의 없었다.
상생프로그램도 평가가 좋다. 2016년 초 관리사무소 직원과 입주민으로 구성된 ‘층간소음 중재위원회’는 그동안 30여건의 민원을 중재해 해결했다. 중재위 결정은 재 민원률이 0%에 가까울 정도로 주민 만족도가 높다.
층간 소음 줄이기 주민 포스터 공모전, 주민 장기자랑, 작은 음악회 등 주민 간 화합 프로그램도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임진(46) 입주자 대표회장은 “주민과 직원 모두 노력하고 배려했기에 수상의 영예를 안을 수 있었다”며 “더 모범적인 아파트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종구 기자 minj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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