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불편한 선수들이 하는 경기니까 조심스럽고 느슨할 것이라는 생각은 틀렸다. 직경 7.62㎝ 두께 2.54㎝의 퍽을 차지하기 위한 격렬한 몸싸움이 경기 내내 이어지고 엄청난 속도로 달려들어 상대를 밀어붙이는 보디체크의 강도 역시 비장애인 경기 못지않다.
파라아이스하키(장애인아이스하키)는 9일 개막하는 평창동계패럴림픽에서 가장 박진감 넘치는 종목으로 꼽힌다. 곧 눈앞에서 펼쳐질 그 치열함을 선수들이 쓰는 장비를 통해 미리 엿보았다. 썰매와 스틱, 각종 보호장구마다 폭발적인 스피드와 격한 몸싸움을 가능하게 만드는 장치들이 숨어 있다.
#썰매와 함께 몸을 날리다
파라아이스하키는 보디체크가 허용되는 격렬한 스포츠다. 거친 만큼 부상의 위험이 높기 때문에 철저한 ‘무장’은 필수다. 선수들은 상체 보호를 위한 숄더 패드(Shoulder pad)부터 팔꿈치 패드, 정강이 보호용 신 가드(Shin guard)까지 아이스하키와 동일한 제품을 사용한다. 장갑과 신발 역시 장애, 비장애의 구분이 없다. 다만 스케이트 날을 제거한 아이스하키 부츠를 신고, 빙판과의 접촉이 잦은 장갑에 본드를 발라 수명을 늘리는 점이 다를 뿐. 아이스하키에 비해 선수들의 자세가 낮은 탓에 퍽 또는 스틱으로 인한 안면 부상 위험은 훨씬 높다. 따라서 헬멧에 부착하는 안면 보호 마스크의 경우 플라스틱 바이저도 허용되는 아이스하키와 달리 얼굴을 완벽히 가리는 케이지 형태를 착용해야 한다.
#썰매의 생명은 스피드
파라아이스하키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민첩성이다. 아이스하키 선수가 백 스케이팅으로 순식간에 방향을 바꾸는 것처럼 썰매를 타는 파라아이스하키 선수는 재빠른 턴(회전)으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한다. 민첩한 턴의 비밀은 썰매에 부착된 아이스하키용 스케이트 날에 숨어 있다. 날의 길이가 짧고 앞뒤가 약간 휘어져 방향전환이 용이하다. 안쪽은 움푹하고 바깥쪽은 날카롭게 에지(Edge)를 연마하는 점도 아이스하키와 같다. 턴 동작이 원활하도록 스케이트 양날의 간격을 3㎝로 좁게 유지하는데 회전 반경을 최소화하기 위해 2㎝까지 좁히는 경우도 있다.
퍽을 다루는 한 쌍의 짧은 스틱은 썰매의 속도를 높이는 용도로도 쓰인다. 스틱 한쪽 끝에 부착된 ‘픽(톱니 모양의 뾰족한 장치)’으로 얼음을 지쳐 추진력을 얻는 방식이다. 얼음 표면으로부터 8.5~9.5㎝ 정도 떠 있는 썰매 몸체 밑으로 퍽을 통과시키는 현란한 드리블도 스피드와 박진감을 높인다.
#고도의 훈련이 필요한 썰매 타기
누구나 쉽게 탈 수 있는 일반 썰매와 달리 파라아이스하키 썰매는 집중적인 훈련을 받아야 탈 수 있다. 썰매를 지탱하는 스케이트 날 간격이 매우 좁아 골반과 허릿심만으로 균형을 잡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준용(인천바로병원 파라아이스하키 클럽) 선수에 따르면 기본적인 스케이팅과 회전 기술을 익히는 데만 6개월에서 1년이 걸린다. 퍽을 드리블하거나 컨트롤하는 ‘스틱 핸들링’ 기술을 배우는 건 그다음 단계다. 경기에 출전해 격렬한 보디체크를 주고받으며 슛을 날릴 수 있기까지는 그야말로 엄청난 훈련과 고난의 시간이 필요한 종목이다.
#비장애인도 즐길 수 있는 썰매 하키인데…
정해진 규격의 썰매에 앉아 상체만 쓰는 경기인 만큼 비장애인도 얼마든지 즐길 수 있다. 아이스하키 종주국인 캐나다에선 파라아이스하키를 취미로 즐기는 비장애인들이 적지 않다. 그러나 국내에선 이런 경우를 찾아보기 힘들다.
사실, 장애인들조차 도전하기 쉽지 않은 게 국내 파라아이스하키의 현실이다. 100여 명의 국내 등록 선수 중 실제 활동하는 선수는 60명에 불과하고 협회에 등록된 10개 파라아이스하키 팀 중에서도 8개 팀 정도만 경기가 가능한 수준이다. 클럽마다 입문자를 반기는 분위기이나 경제적 어려움이나 지원 부족 등의 문제가 겹쳐 저변은 여전히 좁다.
# 장비 가격은?
썰매 제작 업체로는 캐나다의 유니크 인벤션이 거의 유일하다. 이 회사에서 제작한 썰매 가격은 보통 80만~90만 원 선. 보호구는 비장애인 선수와 동일한 100만 원 대의 제품을 주로 쓴다. 한 쌍에 12만~15만 원 정도인 스틱은 훈련 중에도 자주 부러지므로 교체주기가 가장 잦다. 장갑은 빙판과의 마찰이 많다 보니 6개월 정도면 헤지는데 구입비용 15만 원을 아끼기 위해선 표면에 본드를 두껍게 발라 써야 한다. 제품에 따라 다르지만, 장비 전체를 갖추는 데 200만~250만 원 정도가 든다. 입문할 경우 썰매는 클럽팀에서 지원을 해주지만 보호구는 개인이 장만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김주성 기자 poem@hankookilbo.com
박서강 기자 pindropper@hankookilbo.com
※도움말 및 촬영 협조: 임현국(대한장애인아이스하키협회 국제담당), 이준용(인천바로병원 파라아이스하키 클럽 선수)
※파라아이스하키는
썰매(Sledge)를 타고 경기를 하는 장애인아이스하키는 2016년 국제장애인올림픽위원회(IPC)가 영문 명칭을 파라아이스하키(Para Ice Hockey)로 통일하기 전까지 아이스슬레지하키(Ice Sledge Hockey)로 불렸다.
경기 규칙은 비장애인 경기와 거의 동일하다. 다만 경기 시간이 15분씩 3회(피리어드)로 비장애인 경기에 비해 회당 5분이 짧다.
3피리어드 내에 승패가 가려지지 않을 경우에는 추가 10분의 연장전이 치러지는데 선취 득점과 동시에 경기가 종료된다. 득점이 나오지 않으면 승부치기(슛아웃)로 승패를 가린다.
선수 등록 엔트리 17명 중 15명만 경기에 출전할 수 있다.
골리 1명, 공격수 3명, 수비수 2명 등 총 6명이 링크에서 플레이하는 것은 비장애인 경기와 동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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