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낮 국회 원내 5당 대표를 청와대로 초청, 오찬을 나누며 대북특사 파견 성과를 공유하고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초당적 협력을 당부했다. 이날 회동엔 지난해 '단독 회동'을 앞세워 매번 청와대 초청 여야 대표회동을 거부했던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외교안보 의제 한정’을 조건으로 참석했고 대북특사단장인 정의용 안보실장이 배석해 남북정상회담 등 6개항의 합의 배경을 설명하는 등 모양은 좋았다. 하지만 북핵ㆍ미사일 문제의 현주소와 해법을 둘러싼 각 당의 시각이 워낙 달라 남남대화가 남북대화나 북미대화보다 더 어려운 현실을 여실히 드러냈다.
예상대로 한국당 홍 대표와 바른미래당 유승민 대표는 정부가 정상회담 등 남북관계 개선에 급급해 비핵화 문제를 피해간다면 대화는 핵무력 완성과 국제 제재 와해를 위한 북한의 시간 벌기 전략에 말려드는 것이며 결과적으로 한미동맹의 균열을 가져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문대통령은 공감을 표하면서 비핵화가 남북대화의 목표라고 못박고 대화 성사만으로 반대급부를 주거나 대북 제재를 완화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특사파견을 서두른 이유에 대해 "비핵화 논의와 함께 북미대화도 속도감 있게 진행시키고 '한미 군사훈련을 연기할 수 없다'는 우리 의견을 설명하려면 북한 김정은 위원장의 판단을 들어봐야 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또 "(비핵화 약속과 이행은) 남북 및 미국 등 3국의 노력이 필요한데 그런 여건이 조성됐다고 판단해 남북정상회담을 하는 것"이라며 "살얼음판을 걷는 상황에서 성급한 낙관도 금물이지만 '다 안될 거다. 저쪽에 놀아날 거다'라고 해서도 안 된다"고 보수야당의 경직된 인식을 경계했다.
1시간 40분 동안 진행된 청와대회동은 최근 급박하게 전개된 남북접촉과 한미동맹의 불협화음에 대한 야당의 관심과 우려를 전하고 문대통령이 답하는 방식으로 정부의 대북 로드맵을 밝혀 큰 논란은 없었다고 한다. 북핵 해법을 놓고 대화와 협상에 방점을 찍어온 정부와 압박과 제재를 강조해온 보수야당이 오랜만에 만나 큰 파열음을 내지 않은 것만도 그나마 다행이다. 지금은 문 대통령이 '우물에서 숭늉을 찾는' 조급함을 버리고 여야 대표들도 '한술 밥에 배부르랴'는 느긋함으로 만남을 계속하는 게 중요하다. 고집스런 북한, 퉁명스런 미국과 상대해야 하는 마당에 우리끼리 삿대질을 해대는 것은 우습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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