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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비핵화 북미대화, 지금부터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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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비핵화 북미대화, 지금부터가 중요하다

입력
2018.03.07 19:0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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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특사단이 전달한 북한 김정은의 북미 비핵화 대화 의사에 대해 미국이 신중하면서도 긍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수년 만에 북한과의 대화에서 진전 가능성이 보인다”며 “잘못된 희망일 수도 있으나 미국은 어느 쪽이든 열심히 하겠다”고 밝혔다. 헤더 노어트 국무부 대변인도 “옳은 방향에서 이뤄진 조치라고 확신한다”고 했다.

미국의 공식 반응은 특사단을 이끈 정의용 청와대 안보실장의 방북 결과를 들은 뒤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8일 방미 길에 오르는 정 의장은 “미국에 전달할 북한 입장을 추가로 갖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김정은이 우리 특사단에 밝힌 조건부 비핵화 및 핵ㆍ미사일 발사 중단 외에 향후 북미관계에 관한 모종의 담대한 제안을 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강력한 대북 압박을 견지하고 있는 미국이 대화 병행으로 방향을 튼다면 남북관계를 이용해 북미대화를 견인하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한반도 운전자론’은 한층 탄력을 받고, 북핵 정국에도 숨통이 트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김정은의 제안을 트럼프 정부가 어떻게 받아 들이냐다. 특사단은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를 높이 평가했지만, 액면 그대로 보자면 과거 수 십 년 동안 되풀이 된 북한의 주장과 특별한 차이를 찾아보기 어렵다. “북한에 대한 군사적 위협이 해소되고 북한의 체제안전이 보장된다면 핵을 보유할 이유가 없다”는 것은 ‘미국의 적대시정책이 철회되지 않는 한 핵을 협상테이블에 올려놓지 않겠다’는 것과 다를 게 없다. “대화가 지속되는 동안 추가 핵ㆍ미사일 전략도발을 하지 않겠다”는 것 또한 마찬가지다. 북미 대화의 입구를 찾는 데는 중요한 모멘텀일 수 있으나 언제든 도발을 재개할 명분을 함축하고 있다는 점에서 논란이 따를 수 있다. 군사위협 해소나 체제안전 보장에 대한 구체적 내용과 수준, 그리고 비핵화와의 선후관계를 명확히 하지 않았다는 야당의 비판도 경청할 만하다.

우리는 수 십 년에 걸친 비핵화 협상이 북한의 끝없는 합의 파기로 물거품이 됐던 쓰라린 경험을 갖고 있다. 경수로와 중유 제공의 대가로 핵시설 동결과 국제사찰 등에 합의한 1994년 제네바 합의, 비핵화와 체제안전 보장이 담긴 2005년 9ㆍ19 공동성명, 김정은 집권 직후인 2012년 핵ㆍ미사일 실험 유예 등 비핵화 사전조치와 대북식량 지원을 골자로 한 2ㆍ29 합의 등이 모두 같은 운명을 밟았다.

이런 점에서 북미 비핵화 대화가 시작된다 하더라도 협상은 지난한 과정이 될 수 밖에 없다. 김정은의 대화 공세가 진정한 것인지, 아니면 핵ㆍ미사일 전력 완성시간을 벌고 제재 공조를 깨뜨리기 위한 술수인지는 협상과정에서 드러날 것이다. 이제 막 대화를 시작할 수 있는 첫 발자국을 디뎠을 뿐이다. 지금부터가 시작이라는 자세로 냉철하게 협상 국면에 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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