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 문인들을 상습 성추행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고은 시인의 작품이 결국 중ㆍ고교 교과서에서 빠진다.
7일 교과서 업계에 따르면 국어 분야 검정교과서를 발행하는 출판사 대부분은 집필진과 협의 후 교과서에 나오는 고 시인의 작품을 다른 내용으로 교체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현재 고 시인의 작품은 중ㆍ고교 교과서 11종에 등장한다. 비상교육이 내놓은 중학교 국어④ 교과서에 시 ‘그 꽃’, 고교는 상문연구사와 미래엔, 창비 등 8개 출판사의 문학 및 독서와 문법 교과서에 ‘선제리 아낙네들’ ‘머슴 대길이’ ‘어떤 기쁨’(이상 시) ‘내 인생의 책들(수필)’ 등이 실려 있다. 올해 고교 1학년이 쓰는 새 국어교과서 중에도 출판사 2곳이 ‘순간의 꽃’과 고 시인 관련 내용을 언급한 다른 작가의 수필을 수록했다.
비상교육 관계자는 이날 “중학교 국어 교과서에 수록된 고 시인의 작품은 모두 대체하고, 다른 시인이나 작품이 나오는 부분에서 시인 이름이 언급된 내용도 삭제하기로 저자와 합의했다”며 “이미 검인정교과서협회에 수정 의견을 제출했다”고 말했다. 미래엔 역시 고 시인의 작품을 빼기로 의견조율을 끝냈다. 이들 출판사는 중학교 국어 교과서의 경우 새 교육과정에 따라 올해까지 사용되지만 고 시인의 성추문 파장이 큰 점을 고려해 수정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 출판사들도 비슷한 입장이다. 지학사 관계자는 “필진협의회와 논의를 해 봐야겠지만 대체 필요성이 높은 상태”라고 전했다.
교육부는 현행 검정교과서는 상시 수정ㆍ보완 시스템이 갖춰진 만큼 출판사들의 요청이 들어 오면 타당성 여부를 검토해 승인할 계획이다. 교육부는 출판사의 교과서 수정 계획을 이날까지 취합한 뒤 금명간 발표하기로 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매달 출판사가 교과서 수정ㆍ보완 시스템에 등록한 내용을 교육부가 받아들이면 내용 수정이 가능하다”며 “세부 수정 내용과 시기는 출판들이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이삭 기자 hir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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