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교계 내부에 저항감이 있지만, 이제 우리 개신교계도 성폭력 문제를 공론화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가정사역단체 하이패밀리를 이끌고 있는 송길원(61) 목사가 경기 양평군의 복합기독교문화공간 W스토리에 ‘성폭력 피해여성 치유상담센터’를 여는 목적이다
7일 만난 송 목사는 최근 ‘#미투(Me Too)’ 운동을 보면 착잡하다. 20여년 전부터 교계 성폭행 문제를 알게 모르게 다뤄왔다. 그가 절감한 건 고질적인 문제라는 점이다.
교회 내 성폭행은 직무상 상하관계 정도가 아니라 목사의 신적 권위에서 시작된다. 목사는 하나님을 사랑하듯 목사를 사랑하라고 가르치고, 신도들은 목사를 고발하면 벌 받는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흔하다. 성폭행인 게 뻔한데 ‘목사님의 특별한 선택, 특별한 사랑을 받았다’고 믿는 경우도 있다. 동시에 ‘처벌’과 ‘용서’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교회는 일종의 공동체이기 때문에 충격은 가중된다. 피해자뿐 아니다. 가해자의 가족도 마찬가지다. 비난을 감내해내야 할 뿐 아니라 믿고 따랐던 남편이자 아버지에 대한 배신감, 분노, 충격에 시달린다.
그렇기에 이번에 문을 여는 치유상담센터는 박상원 샘병원장 등 의사, 홍선기 변호사 등 법률가의 의료ㆍ법률 지원 못지 않게 치유에 초점을 둔다. 특히 ‘신체치유’ 기법이 도입된다. 마침 송 목사의 부인 김향숙 명지대 교수가 이 분야를 연구했다. 성폭행 피해자는 자신의 몸이 더럽혀졌다는 충격 때문에 온 몸이 극도로 긴장하는 신체적 피해도 입는다. 김 교수는 “심리 상담으로 마음도 치유해야겠지만 호흡, 명상, 이완 등을 통해 몸까지 함께 풀어줘야 상처 입은 자신의 몸을 다시 긍정할 수 있고 그래야 회복 또 빨리 진행된다”면서 “온 가족의 참여와 협조가 있으면 더더욱 좋다”고 말했다. 아쉽게도 센터 이용은 유료다. 송 목사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려니 어쩔 수 없다”면서 “뜻에 공감하는 이들의 후원을 통해 문턱을 더 낮출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글ㆍ사진=조태성 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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