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대화 입장 거침없이 밝히고
만찬서 얘기하며 파안대소까지
첫날 면담서 6개항 대부분 확정
정상회담 장소 몇곳 논의 끝 결정
“솔직하고 대담하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특별사절대표단의 눈에 비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첫 인상이다. 김 위원장이 대북특사단 수석특사인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을 격의 없이 환대한 데다가 민감한 의제인 제3차 남북정상회담과 북미대화에 대한 입장을 거침없이 밝히면서 강렬한 인상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7일 기자들과 만나 “김 위원장을 처음 접한 특사단은 김 위원장에 대해 ‘솔직하고 대담하더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의 성격은 전날 조선중앙TV가 공개한 영상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직접 접견ㆍ만찬장 앞까지 나와 대북특사단을 맞이하고, 만찬장으로 안내하면서 종종 일행을 돌아보며 신경을 쓰는 모습이 대표적이다. 만찬 도중 대북특사단과 이야기하며 파안대소했고, 손을 흔들며 배웅하는 등 살가운 면도 드러냈다. 이는 고압적인 모습을 보였던 김정일 위원장 등 이전 북한 측 최고 지도자들과 다른 스타일이다.
대북특사단은 방북 첫날인 5일 조선노동당 본관에서 이뤄진 김 위원장과의 접견에서 남북정상회담 개최 등 6개 합의안 대부분을 확정했다고 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5일 김 위원장과의 면담에서 6개 항목의 거의 모든 내용이 나왔다”며 “어제 발표한 내용은 우리 특사단이 발표해도 되겠냐고 북측 의사를 물은 것”이라고 말했다.
대북특사단은 제3차 남북정상회담 장소를 두고 김 위원장과 긴밀히 논의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평화의집 하나만 놓고 이야기한 게 아니라 회담 장소에 대해 몇 가지 안을 가지고 이야기가 오간 것으로 안다”며 “남북이 자유롭게 논의한 끝에 장소가 정해졌다”고 전했다.
다만 청와대는 5일 주요 합의 사항을 문 대통령에게 바로 보고하지 못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북한에서) 통신수단이 제한돼 유일하게 팩스만 보냈는데 보내온 팩스엔 (관련 내용이) 없었다”고 말했다.
지난달 방남한 김영철 당 중앙위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과 리선권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장도 김 위원장과 대북특사단의 메신저 역할을 했다. 대북특사단이 북한에 도착한 5일 리선권은 순안공항에서, 김영철은 고방산 초대소에서 영접을 나와 일정을 논의했고, 다음날 김 위원장 접견ㆍ만찬 때도 배석했다. 김영철과 리선권은 6일 오전 6시부터 대북특사단과 실무회담을 가진 데 이어 평양 옥류관에서 오찬을 함께했다. 대동강변 기슭에 있는 옥류관은 김대중ㆍ노무현 전 대통령의 평양 방문 시 점심 식사를 한 곳으로 남측 인사의 필수 코스다. 향후 진행될 남북정상회담 추진을 위한 실무회담에도 이 두 사람이 남측의 카운터파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정지용 기자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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