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삶과 문화] ‘미투(Me too)’와 ‘위드유(With you)’에 대하여

입력
2018.03.07 14:15
31면
0 0

참으로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는 요즘입니다. ‘미투(Me too)’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옵니다. 급기야는 천주교 사제와 관련해서도 미투가 터져 나왔는데, 천주교 수도자에 의한 어린이 집 폭행 사건 때 같은 수도자로서 사과를 드렸던 게 얼마 되지 않았는데 또 다시 저 또한 사제로서 사죄를 드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하느님과 세상을 위해 독신으로 살겠다는 사제가 어떻게 성폭력을 하려 했는지 다른 어느 사람의 경우보다도 더 큰 충격을 느끼셨을 것이고 옛날 어른들의 한탄처럼 ‘말세야 말세’라는 생각이 더 드셨을 겁니다.

이런 이유로 저는 이번 일로 충격과 절망을 느끼셨을 가톨릭 신자들과 불특정 다수에게, 또한 무엇보다도 당사자에게 사죄를 드리며 할 수 있다면 같이 아파하며 위로를 드리고 싶습니다. 저는 피해 당사자들이 과거의 고통에 그치지 않고 폭로로 인해 또 다른 고통, 더 큰 고통을 겪으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이 폭로에 대해 많은 분들이 ‘위드유(With you)’로 동참과 격려를 표하지만, 아무리 많은 사람이 위로와 격려를 해도 폭로에 따른 심리적 고통이 얼마나 큰지는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것입니다. 특히 이번에 사제를 고발한 분은 같은 신자들로부터 따가운 눈총을 받을 것이고 그래서 그 고통이 참으로 클 텐데 그것을 무릅쓰고 폭로한 것이라고 생각하며 저도 ‘위드유’에 동참합니다.

그러나 저는 오늘 다른 의미에서 ‘미투’와 ‘위드유’를 얘기하고 싶습니다. 오늘의 안타까운 현실을 넘어서야 한다는 뜻에서입니다. 성서를 보면 간음한 여인이 군중들에 의해 예수 앞에 끌려옵니다. 간음하다가 현장에서 잡히면 돌로 쳐 죽여야 한다는 당시 법에 따라 끌려온 것이고, 군중들은 예수가 어떻게 하는지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답을 재촉하는 군중들 앞에서 예수는 짐짓 딴청을 피우며 땅에 뭔가를 쓰다가 죄 없는 사람부터 돌을 던지라고 합니다. 이에 나이 많은 사람부터 돌을 놓고 집으로 돌아갑니다. 제가 생각할 때 그때의 군중은 매우 솔직하고 진실하였나 봅니다. 예수가 그렇게 말했다고 해서 돌을 던지지 않고 돌아서면 자신이 죄인이라는 것을 공개적으로 인정하는 것이 되는데도 그들은 특히 늙은이부터 ‘나도 죄인’이라고 하며 돌아갔으니 말입니다.

그래서 저는 여기서 ‘나도 당했다’만큼 ‘나도 죄인이다’는 고백이 여기저기서 나올 때 우리 사회가 진정 치유된다고 얘기하고 싶고, 저부터 신부이지만 어떤 때 욕망으로 여성을 보고, 욕심으로 사람들을 대했음을 인정합니다. 사실 우리는 양상이 다르게 또는 정도가 다르게 여성을 또는 남성을 욕망의 대상으로 보거나 행동으로 잘못을 범한 사람들입니다. 욕망의 문제는 인류가 시작되면서 참으로 큰 문제였지만 요즘 신자유주의 시대에 와서 욕망은 더 큰 문제가 되었습니다. 신자유주의는 소비주의를 부추기며 욕망을 정당화하고 부추기고 있기 때문이고, 성도 상품화하며 욕망을 부추기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신자유주의 사회를 살고 있는 우리는 나도 욕망의 소비자요 피해자일 수 있음을 인식하며 깨어 살아야 할 것입니다.

그러므로 저는 ‘위드유’에 대해서도 다른 의미로 동참하자고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저를 포함해서 모든 가해자들이 진심으로 뉘우치고 앞으로는 새로운 사람이 되도록 기도하자고 말입니다. 예수는 사람들이 돌아가고 여자 혼자 남았을 때 “나도 네 죄를 묻지 않겠다. 가거라. 앞으로는 죄를 짓지 마라”라고 했는데, 저를 포함한 모든 가해자들이 진심으로 자기 죄를 뉘우침으로써 자신도 새 사람이 되고 피해자도 치유되어야지만 오늘의 ‘미투’와 ‘위드유’는 더 의미가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김찬선 신부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