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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시중 지시하고 성희롱... 부천 공직사회도 성폭력 만연

입력
2018.03.07 10:59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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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연 부천시의원, 성폭력 사례 공개

‘여-남’ ‘여-여’ 성별 가리지 않고 발생

“성폭력 조사ㆍ처리 외부전문가에게 맡겨야”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경기 부천시 소속 공무원 A씨는 지역에서 활동하는 단체 회원들과 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한 회원에게 “요즘 밤이 좋은가 봐, 예뻐졌는데, 그 나이 땐 밤만 기다리지”라는 성희롱 발언을 들었다. 그 자리에서 “기분이 나쁘다”고 표현한 A씨는 다음날 동석했던 간부 B씨로부터 호출을 받았다. 그는 A씨에게 “어제 꼭 그렇게 표현해야 하나? 그렇게 당당하게 말하는 걸 보면 승진도 잘하겠네, 두고 보겠다”고 했다.

부천시 소속 공무원 C씨는 여성 간부 D씨에게 “오늘 저녁에 밥 먹자”는 제안을 받았다. C씨가 여성 동료 2명과 함께 약속장소에 도착하자 D씨는 “오늘 높은 양반들 오신다”라며 C씨와 동료들을 한자리씩 띄어 앉혔다. 높은 분들 사이에 앉아 술시중을 들라는 이유였다.

최근 ‘미투(#Me too)’ 운동이 사회 곳곳으로 번지는 가운데 부천시 공직사회에서도 성폭력이 만연한 것으로 나타났다.

7일 부천시의회 이진연 의원이 2016~2017년 성폭력 피해자와 목격자로부터 제보 받은 사례를 보면 여성 간부 E씨는 남성 직원 엉덩이나 가슴을 만지고 항의하면 “귀여워서 (그랬다)”라며 지나갔다. 남성 간부 F씨는 여성 직원에게 “오늘 저녁에 시간되지? 높은 분 모셔야 하는데, 오늘 2차 책임져”라며 참석을 강요하고 2차 비용까지 떠넘겼다.

이 의원은 “더 많은 성폭력 피해 사례들이 있다”라며 “실명을 공개하지 못하는 것은 조직에서 매장된다는 두려움 때문으로, 피해자가 인사 불이익을 받거나 죄인 취급을 당하지 않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가 시급하다”고 했다.

이 의원은 특정 부서 7급 직원 2명을 고충상담원으로 지정해 성차별ㆍ성희롱 피해자 상담과 고충 접수, 조사ㆍ처리를 맡기고 있는 현재 피해 접수 시스템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고충상담원은 언제든 인사발령에 따라 바뀌는 자리고 전문교육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라며 “권력 중심적이고 위계적인 조직 내 호소가 쉽지 않기 때문에 서울, 수원, 익산처럼 성평등전문관(젠더전문관)을 외부 채용하는 등 개선 대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환직 기자 slamh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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