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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돈꽃' 장혁 "주말극, 열에 아홉 말렸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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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돈꽃' 장혁 "주말극, 열에 아홉 말렸지만…"

입력
2018.03.07 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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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스포츠경제 최지윤] 배우 장혁의 연기 열정은 못 말릴 정도다. 1997년 SBS ‘모델’로 데뷔, 20여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한결 같다. 지난해 KBS2 ‘뷰티풀 마인드’의 시청률이 저조했지만, 낙담하지 않고 OCN ‘보이스’와 MBC ‘돈꽃’에 연이어 출연해 연기 스펙트럼을 넓혔다. 특히 ‘돈꽃’은 MBC 총파업과 토요극 편성 등으로 상황이 좋지 않았는데 24%에 육박하는 시청률로 종영했다. 극중 재벌가 청아그룹의 장손으로 태어났지만, 혼외자라는 이유로 파란만장한 인생을 사는 강필주로 완벽 변신했다. “역시 장혁”이라는 호평과 함께 2017 MBC 연기대상에서 최우수상의 영예도 안았다. 다작이 목표는 아니지만 “지금도 연기 열정이 뜨겁다”며 의욕을 드러냈다.

-주말극 출연은 의외였다.

“이 작품의 모든 면이 만족스러웠는데 단 한가지가 마음에 걸렸다. 주위에서 ‘왜 주말을 해?’ 하는 반응이었다. 열 명 중 아홉 명은 이 말을 했다. 나부터 주말극을 보는 나이가 되지 않았냐. 이전까지는 2000년 방송된 ‘왕릉의 대지’가 처음이자 마지막 주말극이었다. 그 때만 해도 미니시리즈와 주말극의 차이가 없었다. 어쨌든 하기로 했고 주말로 편성됐는데, 미니와 차이를 느끼지 못했다. 김희원 PD가 주말극 느낌이 나지 않게끔 새로운 틀을 만들고 연출에도 세심한 노력을 한 덕이다.”

-‘추노’ 대길의 말투를 벗었다는 평 받았는데.

“아무래도 대길 캐릭터 톤과 대비 돼서 그런 것 아닐까. ‘추노’ 때 톤은 원리 내 목소리가 아니다. 일부러 톤을 만들어서 연기한 면이 없지 않다. 그 캐릭터는 그렇게 할 수 밖에 없었다. 강필주는 캐릭터 성격 자체부터 대길과 많이 달랐다. 필주는 모순적인 느낌이 매력 있었다. 표현해야 된다는 생각을 하지 않고 연기했다. 복수 관련 모순점 등을 어떻게 하면 설득력 있게 보일까 고민했다.”

-강필주와 실제로 비슷한 점은.

“어느 순간 차가워지는 게 닮았다. 원래 되게 뜨겁고 긍정적인데, 한순간 싸늘해질 때가 됐다. 상처도 견딜 수 있는데 ‘아니구나’ 느끼는 순간 그 사람을 다음부터 안 본다. 의리남 이미지 강하다고? 이미지가 아니라 실제로 그렇다. 그만큼 노력하지만, 차가워지는데는 분명 이유가 있지 않을까. 친구 중에 재벌 있냐고? 친분있는 사람은 없다(웃음).”

-‘돈꽃’은 돈에 지배당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줬다. 돈, 명예 등에 가치 어느 정도 두는지.

“‘내가 얼마나 일을 즐길 수 있나’에 더 중점을 둔다. 예를 들어 오늘 우리가 처음 만났는데, ‘무조건 성공하자’라고 하기보다 ‘망해도 된다. 단 즐겁게’ 마음먹는게 낫지 않을까. 결과적으로 우연일 수 있지만 ‘돈꽃’도 그 마음이 흥행으로 이어졌다.”

-‘섹션TV’에서 공개된 대본 보고 고시생 책인 줄 알았다. 숨쉬는 부분까지 체크하는 등 필기가 가득했다.

“아직까지 아날로그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웃음). 컴퓨터나 태블릿 PC로 대본을 봐도 이해되지만, 연기 준비하면서 습관적으로 메모를 한다. ‘상대방이 어떻게 연기할까?’ 상상하면서 분석하는 즐거움이 있다. 이렇게 준비해 가도 현장에 가면 상대의 움직임에 따라 연기가 달라진다.”

-김희원 PD와 세 번째 호흡이다. 눈동자 움직임까지 캐치하는 등 섬세한 연출력이 돋보였다.

“그래서 이 작품이 잘 될 수 있었다. 남자 PD였다면 사건을 부각했을 텐데, 김 pd는 캐릭터 간의 접점 및 심리를 타이트, 바스트샷 등으로 섬세하게 보여줬다. 막장요소 많았다고? 어떻게 보면 극단적인데 이것도 하나의 이야기가 아닐까. 설득하는 순간 막장이 아닌 게 되는 것 같다. 뉴스를 보면 ‘진짜 벌어진거야?’ 놀랄 정도로 더 자극적인 일들이 나오지 않냐. 이미 현실에서 이러한 일이 벌어지고 있으니까 실없이 웃음이 나올 때도 많다.”

-제작진과 의견 충돌이 생길 땐 어떻게 해결하나.

“커뮤니케이션를 통해 해결한다. 설득 하거나 설득 당하거나 둘 중 하나다. 원래 의견을 많이 내는 편인데 이번에는 그럴 이유가 없었다. 대본이 완벽하다기보다 어떻게 내용이 흘러갈지 모르겠더라. 이명희 작가가 이 작품을 5~6년 전부터 준비해 버전이 많았다. 작품의 깊이가 잘 숙성된 상태에서 만나 이렇게 해도 저렇게 해도 해석이 잘 됐다.”

-방송시기 조금만 빨랐으면 대상 수상도 노렸을텐데.

“뭐든지 서서히 가야 된다. 골프도 마찬가지다. 처음에 김희원 PD가 ‘즐겁게 망하자’고 했다. 잘되기 위해 노력해야 하지만, 긴장하고 뭔가에 쪼이기보다 즐기면서 하는게 낫지 않냐. 그 동안 대상보다 최우상을 더 많이 받았더라. 근데 대상이 제일 힘들었다. 부담보다 남들이 보는 시선이 그랬다. ‘믿고 보는 배우’ 이런 수식어도 부담스럽다. 안 믿고 봐줬으면 좋겠다(웃음).”

-지금도 연기 열정이 뜨거워 보인다.

“데뷔 이래 한 번도 지쳐본 적이 없다. 우기는 것 같지만 슬럼프가 전혀 없었다. 매 작품 매 순간 힘들 때가 있었지만, 어쨌든 도망가지 않았다. 현장에 끝까지 나와서 부딪치고 해결하려고 했다. 무수히 많은 슬럼프 속에서 극복하려고 했고, 현장에서 활력을 얻었다.”

-작품 선택 기준이 궁금하다.

“내가 느끼기에 재미있는 작품을 선택한다. 9명이 재미없다고 해도 혼자 재미있다고 생각하면 한다. 흥행으로 다 연결되진 않지만 분명 된다고 생각하고 임한다. 녹슬지 않으려고 공부를 많이 하는데, 이제 데뷔한지 20년 정도 지났으니까 30년을 바라보면서 가려고 한다. 욕 혹은 칭찬을 들어도 무조건 가는거다.”

-영화 ‘화산고’ 처럼 조금 힘빼고 가벼운 캐릭터 연기하는 모습도 보고 싶다.

“준비는 돼 있는데 시기가 맞아야 될 것 같다. 장르나 캐릭터를 정해놓은 건 없다. 망가지는 역도 자신있다. 내가 맘껏 놀 수 있는 작품이라면 얼마든지 출연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 ‘명량소녀 성공기’ 때 모습을 그리워하는 팬들도 많은데, 장나라씨와 ‘운명처럼 사랑해’로 다시 만나지 않았냐. 전에 호흡 맞춘 배우들과 새 작품에서 만나 다른 모습도 보여주고 싶다.”

-기대이상으로 인터뷰가 재미있었다.

“2%도 안 보여줬다(웃음). 진지하면서 재미있는 부분도 많다. 사람의 성향이 한 부분만 있는 건 아니니까. 차태현, 김종국 등 편한 친구들과 같이 있을 때 웃긴 모습이 많이 나온다. 예능 출연 욕심도 있지만 아직까지 배우로서 느끼는 즐거움이 더 크다. 연출 등에 참여하고 싶은 생각도 있는데, 아직은 배우로서 시간을 더 할애하고 싶다.”

사진=싸이더스HQ 제공

최지윤 기자 plain@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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