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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 보물창고라던 말산업, 지난해 종사자 400명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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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 보물창고라던 말산업, 지난해 종사자 400명 줄었다

입력
2018.03.07 04:40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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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마 무인발매기 도입 감안해도

승마ㆍ의료ㆍ제조서 고작 5명 늘어

정부 “승마 대중화 추세” 불구

체험분야에 영세업체 난립 등

고용 창출로 이어지긴 어려워

관련 전문인력 육성 계획도

채용할 시장 부족해 한계

농림축산식품부는 올해 초 정부 업무보고에서 말산업에서 신규 일자리를 적극 창출하겠다고 발표했다.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의 유망 산업 분야로 반려동물, 1인ㆍ고령 식품과 함께 말산업을 꼽은 농식품부는 2016년 3조4,000억원 수준이던 말산업 시장 규모가 2022년 4조2,000억원으로 확대될 것으로 내다보면서 향후 5년 동안 일자리 6,500개를 더 늘리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그러나 정부의 장밋빛 전망과 달리 지난해 말산업 관련 일자리는 오히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말산업 고용구조상 앞으로도 일자리 확장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정부가 일자리 문제에 급급해 현실을 도외시하고 있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6일 발표된 ‘2017년 말산업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말산업 종사자 수는 1만6,261명으로 전년(1만6,662명)보다 401명 줄었다. 말산업 내 비중이 가장 큰 경마산업에서 무인발매기 도입 여파로 종사자가 406명(9,721명→9,315명) 줄어든 영향이라는 것이 정부 설명이다. 하지만 경마산업을 제외한 분야(승마, 의료, 제조업 등)에서도 종사자 수는 6,941명에서 6,946명으로 겨우 5명 늘어나는데 그쳤다. 동호인 수요와 직결된다는 이유로 일자리 창출 기대를 모았던 승마시설업 역시 2,365명으로 제자리걸음을 했다.

정부는 말시장 규모가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는 만큼 향후 고용 창출 여력이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고급 레저로 분류됐던 승마의 대중화 추세에 기대를 걸고 있다. 실제 승마장 정기이용 인구(말ㆍ회원권 보유자, 교육생 등)는 지난해 4만9,312명으로 전년보다 1,841명 늘었다. 1회성 승마 체험 및 재활 승마 인구도 89만9,402명으로 8,451명 증가했다. 승마 수요가 늘면서 승마시설은 2016년 479개소에서 지난해 512개로 33개소 늘었다. 축산업, 제조업, 수의업 등 말산업 관련 사업체도 같은 기간 2,278개에서 2,470개로 증가했다.

문제는 이러한 시장 확대가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기 어려운 구조라는 점이다. 특히 수요가 크게 늘고 있는 체험형 승마 분야에 영세업체가 난립하면서 고용창출 효과가 떨어지고 있다. 홍성준 한국마사회 말산업연구소 연구위원은 “신규 설립되는 승마시설 대부분이 체육시설로 분류되는 일반 승마장이 아니라 농어촌 지역에서 말 축산업과 이용업을 겸업하는 농어촌승마시설”이라며 “이들 시설은 사업주와 가족들이 소규모로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보니 고용 인원이 크게 늘기는 어려운 구조”라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해 새로 설립된 승마장 33개 중 27개가 농어촌형승마시설이었다.

말산업 관련 전문인력을 육성해 양질의 일자리를 늘린다는 정부 계획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농식품부는 승마 저변 확대에 맞춰 민간에서 발급하는 승마지도사를 국가자격증으로 전환하는 한편, 말조련사 재활승마지도사 장제사(말굽 장착 전문가) 등 전문인력이 활발히 취업할 수 있도록 재교육을 활성화하기로 했다. 그러나 말산업이 체험형 승마 위주로 걸음마하는 단계에서 이러한 전문인력을 채용할 시장이 단기간에 형성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마를 사행산업으로 치부하는 여론,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로 불거진 승마계 비리 등 말산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 또한 산업 저변 확대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제주, 경북, 경기 등 말산업특구 3곳에만 정부 지원이 집중되고 있는 점도 양적 성장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김동환 한양대 생활스포츠학과 교수는 “말산업 관련 일자리가 늘어나려면 도심과 농어촌의 구분 없이 전국적으로 인프라가 고르게 확충돼야 한다”며 “특히 레저산업인 승마는 시설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져야 수요도 증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종=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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