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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덕ㆍ조재현에 성폭행 당했다"... 영화계 '미투'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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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덕ㆍ조재현에 성폭행 당했다"... 영화계 '미투' 확산

입력
2018.03.07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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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행 의혹을 받고 있는 김기덕(사진 왼쪽) 감독과 배우 조재현.
성폭행 의혹을 받고 있는 김기덕(사진 왼쪽) 감독과 배우 조재현.

성폭력을 폭로하는 ‘미투(#Me Too)’ 운동이 문화계 전반에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영화계 대가로 꼽히는 김기덕 감독의 성폭행 의혹이 제기됐다. 최근 성추행에 대해 사과하고 활동 중단에 들어간 유명 배우 조재현씨와 김 감독이 같은 여배우를 성폭행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배우 A씨는 6일 방송된 MBC 시사교양프로그램 ‘PD수첩’의 ‘영화감독 김기덕, 거장의 민낯’ 편에서 “김 감독과 조씨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A씨는 김 감독이 대본 이야기를 해야 한다며 자신을 그의 방으로 불렀고, 촬영 기간 내내 성폭행에 시달렸다고 주장했다. A씨는 “TV에서 김 감독과 조씨가 승승장구하는 모습을 보면 온몸이 바들바들 떨렸다”며 고통을 호소했다. 김 감독과 조씨는 영화 ‘악어’(1996)를 시작으로 ‘야생동물보호구역’(1997), ’섬’(2000), ‘수취인 불명’(2001), ‘나쁜 남자’(2001) 등을 연달아 작업한 영화계 단짝이었다. 김 감독은 2004년 ‘사마리아’로 베를린국제영화제 감독상을, ‘빈집’으로 베니스국제영화제 감독상을 잇달아 수상하며 세계적 감독으로 떠올랐다. 2012년엔 ‘피에타’로 베니스국제영화제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을 받으며 국내 최초로 세계 3대 영화제 최고상을 수상하는 이정표를 만들기도 했다.

방송에 따르면 김 감독으로 인해 꿈을 짓밟힌 배우도 있었다. 배우 B씨는 “김 감독과 만난 자리에서 입에 담지 못할 성적 이야기를 들은 후 영화판을 떠나게 됐다”며 “성관계 요구를 받고 공포심에 사로잡혀 화장실에 숨었던 순간을 생각하면 아찔하다”고 말했다. ’뫼비우스’(2013)에 참여했다가 김 감독을 폭행 혐의로 고소했던 배우 C씨는 김 감독이 성관계를 요구했고, 이를 거절하자 해고 통보를 했다고 주장했다. 김 감독은 연기를 지도한다며 C씨의 뺨을 때린 혐의 등으로 피소돼 지난해 12월 법원으로부터 벌금 500만 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 김 감독은 ‘PD수첩’에 “여자에 대한 관심으로 상대의 마음을 얻기 위해 일방적인 감정으로 키스를 한 적은 있다. 그 점은 깊이 반성하며 용서를 구한다”면서도 “그렇지만 동의 없이 그 이상의 행위를 한 적은 없다"고 반박했다. 본지는 김 감독과 조씨 측에 성폭행 의혹 제기에 대한 추가 입장을 듣기 위해 수 차례 연락했으나 연결이 닿지 않았다.

김 감독은 지난달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제67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 초청된 영화 ‘인간, 공간, 시간 그리고 인간’ 기자간담회에서 “인간으로서 영화가 폭력적이라도 제 삶은 그러하고 싶지 않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김 감독을 향한 ‘미투’ 폭로가 잇따르면서 그의 부도덕한 촬영 방식이 다시 구설에 오르게 됐다. 조씨는 최근 자신을 향한 ‘미투’ 폭로가 잇따르자 “저는 죄인”이라고 사과한 뒤 연기 활동을 중단했다.

‘미투’의 불길은 영화계 곳곳으로 옮겨 붙고 있다.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조직위원회는 프로그래머로 일했던 여성이 과거 조직위 간부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는 의혹에 대해 지난 5일 입장문을 내고 “위계의 상부에 있는 전 고위간부에 의해 (성추행) 사건이 일어났다는 점에 참담한 심정을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달 8일 논란이 불거진 지 한 달 여 만에 사과문을 내 늑장 대응이란 비판을 받고 있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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