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지하 대피… 생존 위한 사투
정부군 공세에 5일에만 68명 숨져
“어른들은 배고픔을 견딘다지만 어린이들은 잠들기 직전까지 울어요. 배고픔과 공포로 우는 아이들을 지켜보기보다 차라리 죽는 게 나을 지도 모르겠어요.”
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시리아 정부군의 계속된 폭격에 견디다 못해 남편과 13세 딸과 함께 인근 지하로 대피한 시드라는 이렇게 말했다. 무차별 폭격이 지속되고 있는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 인근 반군 거점 동구타의 상황이 말 그대로 ‘생지옥’ 수준이라는 것이다.
외신들은 동구타 주민들이 공습에서 살아남기 위해 건물 지하실, 지하 터널 등으로 피신해 생존을 위한 사투를 벌이고 있다고 전했다. 시드라 가족은 다른 가족들과 함께 가구 창고로 쓰이던 지하공간에 매트리스를 깔아 놓고 생활한다. 먼지가 많이 날리지만 어쩔 도리가 없다. 화장실은 한쪽 구석에 커튼을 쳐서 구분해 놓았다. WSJ은 “사생활과 위생이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고 전했다. 음식도 부족하다. 시드라는 “딸이 지난 주에만 굶주림과 공포로 두 번 기절했다”고 말했다.
100여명이 거주하는 또 다른 지하 벙커도 심각한 건 마찬가지다. 이 곳에는 화장실이 따로 없다. 모하메드 아부 알라는 “포격이 좀 잦아들면 옆에 있는 가정 집으로 가 화장실을 이용한다”며 “하지만 폭격이 계속돼 너무 무서운 나머지 화장실에 못 가는 아이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동구타 상황이 이렇지만 시리아 정부군은 멈출 의향이 없어 보인다. 오히려 최근 공세 수위를 다시 높이고 있다. 6일 DPA통신은 영국에 본부를 둔 시리아 내전 감시단체인 시리아인권관측소를 인용해 시리아군의 공격으로 5일 하루 최소 68명이 숨지고 200명 이상의 부상자가 나왔다고 보도했다. 이 단체의 라미 압델 라흐만 대표는 DPA와의 인터뷰에서 “정부군의 공습과 포격이 더 강력해지고 있다”며 “특히 동쿠타 내 함무라예와 카프르바트나 지역에 포격이 집중됐다”고 말했다.
구호품이 전달되는 동안에도 공습은 이어졌다. DPA는 현지 활동가들과 유엔 소식통을 인용해 5일 공습이 강화돼 유엔 구호 수송차량이 구호품을 다 내리지 못하고 동구타 대도시 두마를 떠나야 했다고 전했다.
지난달 24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시리아 전역에서 30일 간의 휴전을 지체 없이 이행하라는 결의안을 채택했지만 이행되지 않고 있다. 시리아 정부는 이후 며칠 간 공격 수위를 조절했지만 다시 폭주하는 모습이다.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은 지난 4일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계속 테러와 싸울 것”이라며 “작전을 계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명분은 알카에다 연계 조직이 활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수백 명 수준으로 추정되는 알카에다 연계 조직 ‘하이아트 타흐리르 알샴(HTS)’은 동구타에서 장악력이 약하다. 시리아 전문가인 아론 룬드 워싱턴 소재 센추리재단 연구원은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HTS가 테러집단이긴 하지만 동구타 내에서는 소규모 집단”이라며 “정치적인 이유로 시리아 정부가 HTS의 위협을 과장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시리아인권관측소는 최근 2주 동구타에서 총 763명의 민간인이 사망하고 3,890명 이상이 부상을 당했다고 전했다. 사망자 중 172명은 어린이로 추정된다.
채지선 기자 letmekno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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