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소방서 이길호 소방관
구조 목격한 시민이 손편지 보내
“비록 아이는 세상 떠났지만...
따뜻한 위로와 격려 편지 감사”
“따뜻한 위로와 격려의 편지를 받아 소방관으로서 자부심을 느낍니다.” 교통사고로 피투성이가 된 어린이를 살리려고 헌신적인 노력을 기울인 소방대원의 구조모습을 목격한 시민이 손편지를 전달했다. 감동을 준 주인공은 전남 순천소방서 이길호(38) 소방관이다.
6일 순천소방서에 따르면 지난 2일 왕조119안전센터에 한 통의 편지가 도착했다. 편지에는 1월 27일 오후 1시14분쯤 순천시 해룡면의 한 도로에서 발생한 4살 어린이의 교통사고 현장에서 활동하던 소방대원의 구조 모습이 담겨 있었다.
자신을 교회 목회자의 아내라고 소개한 이 여성은 “출동한 소방관이 아이의 코에 가득 찬 피와 토사물을 입으로 빨아내면서 구조하려고 애쓰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감동 받았다”며 “그 아이를 살려내겠다는 큰 희생과 사랑의 마음에서 우러나온 모습을 보며 가슴이 뭉클했다”고 썼다.
사고 당시 왕조119안전센터 구급차는 다른 현장에 출동 중이었고 화재 진압요원이던 이 소방관은 먼저 도착해 아이에게 응급조치를 했다. 이 소방관은 크게 다쳐 의식이 없는 아이를 지체 없이 심폐소생술을 했다. 뒤이어 도착한 119구조대가 아이를 병원에 옮겼으나 안타깝게 숨을 거뒀다.
이 상황을 지켜본 여성은 “아이는 세상을 떠났지만 소방관의 마음에 병이 생기지 않고 그날의 사고가 슬픔으로 남지 않기를 바란다”며 “앞으로도 그때처럼 천직이라 여기고 최선을 다해 달라”고 위로를 전했다
그날 사건으로 침울해 있던 이 소방관은 사고가 난지 한 달여 뒤 시민의 손편지를 받고 조금이나마 마음의 위로를 받았다. 이길호 소방관은 “아이가 세상을 떠나 마음은 아프지만 따뜻한 위로와 격려의 편지를 받아 소방관으로서의 자부심을 가질 수 있었다”며 “모든 현장에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순천=하태민 기자 hamong@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