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둔형’ 김정일과 차별화
할아버지 김일성 스타일 차용
정상국가 지도자 면모 드러내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5일 남측 대북특사단을 평양 소재 노동당 청사 본관에서 맞았다. 노동당 청사가 남측에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노동당 위원장으로서 자신의 ‘안방’에서 남측 당국자들을 만난 것으로 외빈 숙소인 백화원초대소를 접견 장소로 사용했던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확연히 대비된다.
노동당 청사는 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확대회의와 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 등 주요 정책들이 결정되는 곳이다. 지난 1월 1일 평창동계올림픽 참가를 선언했던 신년사를 포함해 그간 신년사를 직접 발표한 곳도 노동당 청사였다. 당이 모든 정책을 결정하는 북한 정치체계 특성을 고려하면 남측의 청와대에 해당하는 셈이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이 대남 특사로 방남했던 김여정 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을 청와대에서 맞았던 것과 의전 수준을 맞췄다는 평가다.
또 조선중앙TV 등 북한 매체들은 ‘혁명의 수뇌부’, ‘당중앙’ 등으로 최고지도자를 언급할 때면 상징적으로 3층짜리 건물인 노동당 청사 사진을 내보내곤 한다. 건물 꼭대기 중앙에 노동당 마크가 새겨져 있고, 그 위에 노동당기가 펄럭이는 노동당 청사는 평양시 중구역 창광거리 창광동에 자리 잡고 있다. 북한은 핵ㆍ미사일 개발에 공을 세운 과학자, 기술자, 전투기 조종사 등 공헌자들과 김 위원장의 기념사진을 찍을 때도 노동당 청사를 배경으로 자주 사용했다.
의전뿐 아니라 정상국가의 정상적 지도자로서의 면모도 드러내려 한 것으로 보인다. 한 북한 전문가는 “퍼스트레이디인 이설주를 만찬에 착석시키고, 남측 대표단과 둥근 테이블에 앉아 환담하는 등 어느 나라 지도자와 다를 바 없는 모습을 보여주려 했다”고 지적했다.
김정일 위원장은 백화원초대소나 대동강영빈관 등 공식 업무 공간 바깥에서 남측 인사들을 만나왔다. 반대로 김일성 주석은 자신의 집무실에서 외빈들을 만나 온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은둔형 지도자로 불렸던 아버지와 차별화하고 할아버지 김일성의 모습을 차용해온 김정은 위원장 스타일의 연장선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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