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딕스키 간판 신의현
바이애슬론·크로스컨트리스키
6종목 출전 금·은메달 목표
한국 상위권 진입 여부 어깨에
대한민국 동계패럴림픽 출전 사상 첫 금메달에 도전하는 남자가 있다. 그것도 동계올림픽 사상 단 한 개의 메달도 따내지 못한 노르딕스키 종목에서다.
장애인 노르딕스키 간판 신의현(38)이 2018 평창동계패럴림픽 바이애슬론과 크로스컨트리스키에 각 3종목씩 모두 6종목에 도전하며 그 중 바이애슬론 7.5㎞(좌식)와 12.5㎞에서 각각 금ㆍ은메달 획득이 목표다. 한국 선수단은 이번 대회에서 금1, 은2, 동2개를 예상하는데, 종합성적 상위권 진입 여부가 사실상 신의현의 활약에 달린 셈이다. 한국은 지금까지 1992년 동계패럴림픽 첫 출전 이후 은메달 2개만 수확했을 뿐 금메달이 없다.
신의현은 스물여덟 살까지만 해도 건강하게 두 다리로 땅을 딛고 있던 청년이었다. 하지만 2006년 2월 일어난 끔찍한 사고가 모든 걸 바꿨다. 차를 몰고 귀가하다 마주 오던 차와 정면충돌했고, 7시간이 넘는 대수술 끝에 양쪽 무릎 아래를 잘라내고 목숨을 구했다.
어렵게 건진 생명이었지만 ‘장애인의 삶’에 적응하는데 3년의 시간이 걸렸다. 방에 틀어박힌 채 오히려 자신을 살려낸 가족과 의료진을 원망하기도 했다. 사고 후 6개월이 돼서는 부모님의 허락도 받지 않은 채 베트남 출신의 김희선(30)씨와 국제결혼도 감행했다. 당시 19세 꽃다운 나이에 한국에 온 김희선씨는 사고 후유증으로 예민해진 남편 때문에 많이 울었다고 한다.
그런 그를 일으켜 세운 건 운동이었다. 2009년 휠체어 농구 선수로 새 삶을 시작, 장애인아이스하키(아이스슬레지하키), 손으로 바퀴를 굴리는 핸드사이클을 차례로 섭렵하는 등 뛰어난 운동신경을 뽐냈다.
하지만 정작 자신의 잠재력이 폭발한 노르딕스키는 36세의 늦은 나이에 시작했다. 2015년 민간기업 최초의 장애인 실업팀인 창성건설 스키팀에 합류했는데 처음 출전한 국제대회에서 은메달을 따는 등 1년여 만에 세계 정상급 선수로 떠올랐다. 지난해 3월 평창테스트이벤트(올림픽 전 시범경기)에서는 금ㆍ은ㆍ동메달을 한 개씩 목에 걸었고, 지난달 4일 핀란드 월드컵에서는 금메달(바이애슬론 스프린트)을 차지했다.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신의현은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특히 강력한 라이벌들이 포진한 러시아 출신의 중립패럴림픽선수(NPA)들에 대해서도 “한번 부딪혀 보겠다. 지지 않겠다”라며 크게 개의치 않다는 자세다. 신의현은 “부담이 안 된다면 거짓말”이라면서도 “반드시 국민들을 웃게 만들어 드리겠다. 국가대표다운 파이팅 넘치는 모습을 보여주겠다”라며 선전을 다짐했다.
강주형 기자 cubi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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