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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 프리즘] 몸의 이상신호 알리지만, 오래되면 독… 두 얼굴의 통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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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 프리즘] 몸의 이상신호 알리지만, 오래되면 독… 두 얼굴의 통증

입력
2018.03.05 20:00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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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대현 대한통증학회 회장(대전성모병원 통증센터 교수)

통증을 한번이라도 느끼지 않은 사람은 없다. 일반인에게 통증을 주제로 강의할 때 ‘통증이 우리 몸에 필요할까요, 아닐까요?’라고 묻는다. 그러면 3분의 2 이상이 통증이 필요 없는 것이라고 답한다. 통증은 어떻게든 피해야 하는 나쁜 것으로 여기는 것이다.

그런데 통증은 우리 몸에 닥치는 큰 피해를 줄이고 몸을 보호하기 위해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방어작용이다. 예컨대 추위를 피하려고 모닥불을 쬐다가 불길이 손에 닿으면 통증이 느껴져 순간적으로 손을 빼 화상을 당하지 않게 한다. 뭘 찾으려고 가시덤불 속에 손을 넣었다가 가시에 찔리면 통증이 생겨 순간적으로 손을 빼 가시가 손에 박히지 않도록 한다. 요리할 때 칼에 손을 베여도 통증 때문에 순간적으로 칼질을 멈추게 돼 더 큰 상처가 나지 않게 된다.

뿐만 아니다. 맹장염에 걸렸을 때 통증이 생기지 않는다면 맹장이 터져 복막염으로 이어지고 결국 패혈증으로 목숨을 잃게 된다. 다행히 우리 몸은 맹장염이 생기면 아프고 치료하지 않으면 점점 더 아프게 돼 병원에서 치료 받을 수 밖에 없어 목숨을 유지하게 된다. 암도 초기에 아프면 병원을 빨리 찾아 치료 받고 회복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암은 초기에 통증이 생기지 않아 돌이킬 수 없을 정도가 됐을 때에야 병원을 찾아 큰 일을 겪는 것을 많이 보게 된다.

이처럼 통증은 우리 몸을 지키는데 아주 필요한 일을 한다. 하지만 계속적인 통증으로 과민 반응이 생기거나, 신경 손상으로 역할이 바뀌면 문제는 달라진다. 통증이 우리 몸을 보호하기보다는 오히려 해를 주게 된다.

즉, 살짝 스치거나 선풍기 바람을 쐬기만 해도 아프다면 이는 통증이 더 이상 우리 몸을 보호하는 기능을 하는 게 아니다. 통증이 과민하게 지속적으로 생기면 혈중 스트레스 호르몬이 늘어나 여러 가지 부작용을 일으킨다. 이처럼 생리적 통증과 달리 자극에 과도하게 반응하면서 지속되는 통증을 ‘병적 통증’이라 부른다. 병적 통증이 지속되면 신경 자극에 의한 더 심하게 아프게 되는 악순환이 생긴다.

통증은 감각적이고 불유쾌한 경험이어서 아프면 이를 뇌가 저장한다. 통증 경험이 뇌에 오래 저장되면 지우기 쉽지 않다. 그래서 초기에 통증을 적절히 조절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통증 유발 원인을 없애도 계속 아프고 심지어 평생 간다.

따라서 통증을 치료하려면 원인을 제거하고 통증을 기억하는 고리를 끊어야 한다. 또한 통증을 감각 뿐만 아니라 정서적 경험까지 포함해 정의한 것은 자극에 의한 고통뿐만 아니라 정서적 고통도 통증이라는 뜻이다. 결국 정서적인 고통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과학적으로 증명됐지만 뇌의 우울증을 느끼는 부위와 통증을 느끼는 부위가 비슷하다. 그래서 오래 아프면 우울증이 생기고, 우울증을 겪으면 쉽게 통증이 생긴다.

사람들은 아프면 대부분 하루 이틀 그러려니 한다. 그러다 2, 3일간 지속되면 물리치료를 받거나 파스 등을 붙인다. 그래도 계속 아프다면 병원을 찾아 X선 검사 등을 한다. 하지만 이런 검사로는 통증 원인을 밝히기는 어렵다. 그래서 대부분 별다른 이상이 없다는 진단을 받고 진통제 처방이나 받게 된다. 하지만 몇 차례 진통제 처방이나 물리치료를 받아도 계속 아프면 일상생활이 힘들어지고 주변 가족들도 지쳐간다. 심지어 통증으로 생활리듬이 깨져 우울해지면 통증을 잡기 위해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정신건강학과를 전전하기도 한다.

많은 의학자료는 ‘통증=병’이라며 적극적인 치료를 권한다. 하지만 아직도 통증을 병에 따른 증상에 불과하다고 여기는 의사가 적지 않다. 그리고 통증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정신적인 문제 때문이라고 몰아세운다.

통증은 두 얼굴을 가졌다. 몸에 필요하지만 빨리 없애야 할 때도 있다. 통증이 병의 증상이라면 빨리 치료해야 한다. 하지만 통증 자체가 병이라면 적극적으로 통증을 해결해야 한다. 통증은 없는 게 가장 좋다. 하지만 아프다면 어떤 통증인지 알아야 정확한 퇴치법을 쓸 수 있지 않을까.

조대현 대한통증학회 회장
조대현 대한통증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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