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권 침해 땐 강력한 대응”
대화 분위기 속에서 美 힐난
南 지렛대로 제재 해제 노림수
문재인 대통령 대북특별사절단 방북 당일인 5일에도 북한은 북미대화 성사 가능성이 타진되는 분위기와 상관없이 대북 제재ㆍ압박 강도를 높여가고 있는 미국을 거칠게 힐난했다. 남측을 지렛대로 조금이라도 제재를 느슨하게 만들어보겠다는 속내가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이날 ‘우리 공화국의 자주권에 대한 용납 못할 도전’이라는 제목의 논평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지난달 23일(현지시간) 북한과 제3국의 해운 및 무역 업체, 선박, 개인 등 총 56개 대상을 독자 제재 명단에 추가한 사실을 거론하며 “트럼프 패거리들의 이번 추가 제재 놀음은 주권국가의 정당한 대외 무역 활동을 전면 차단하기 위한 날강도적인 전횡으로서 우리 공화국의 자주권과 존엄을 유린하는 또 하나의 악랄한 도발 행위”라고 비난했다.
이어 “우리는 미국의 대조선(대북) 제재 압박 책동을 우리 공화국의 자주권과 생존권, 발전권에 대한 참을 수 없는 유린 말살 행위로, 선전포고로 간주하고 있다”면서 “미국은 이제라도 우리의 전략적 지위를 바로 보아야 하며 저들의 이익에 부합되는 선택이 과연 무엇인가를 새겨보고 이성 있게 처신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만일 미국과 그 추종 세력들이 그 무슨 해상 봉쇄니, 자금줄 차단이니 하면서 우리의 자주권을 조금이라도 침해한다면 그에 따른 강력한 대응 조치가 취해지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앞서 북한은 1일 외무성 미국연구소 정책연구실장 명의 담화를 통해서도 “트럼프패가 자국법에 따라 우리와 거래하는 다른 나라들에 가하는 단독 제재는 ‘주권국가는 어떤 경우에도 다른 나라 사법권의 대상으로 될 수 없다’는 보편적인 국제법에 대한 노골적인 위반이고 난폭한 주권 침해”라고 책망한 바 있다.
이는 곤혹스러운 북한 처지의 방증이라는 게 전문가들 해석이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트럼프 행정부의 추가 제재는 대화 기류가 형성되면 미국이 압박을 완화되던 과거 경험과 어긋나 북한 입장에선 당혹스러운 상황”이라며 “대화에 나서고 싶어도 체면이 안 서면 나가기 힘든 형편을 헤아려 달라는 대남 메시지 성격도 없지 않다”고 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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