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ㆍ북미 대화의 전제 조건”
백악관 이어 국무부도 재강조
‘한국 대북 양보 경계’ 의중도
미국 정부는 한국 정부의 대북 특사 파견과 관련해 ‘비핵화’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원칙을 강조했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서훈 국가정보원장 등이 대북 특사로 방북하는 것에 대한 한국 언론 질의에 대해, 미 국무부는 4일(현지시간) “우리는 한반도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비핵화는 타협이 가능하지 않다는 입장을 강조하고자 북한에 기꺼이 관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비핵화 논의가 남북 및 북미 대화의 전제 조건이 돼야 한다는 입장을 강조한 것이다. 국무부는 이어 “한반도 비핵화 달성을 위한 최대의 압박작전을 유지할 필요성을 포함한 통일된 대북 반응에 관해 한국 정부와 긴밀히 접촉하고 있다”면서 “미국과 한국은 남북(관계) 진척이 비핵화의 진전과 반드시 함께 이뤄지도록 최대의 압박작전을 통해 긴밀히 협력할 것”이라며 ‘최대 압박’기조의 대북 원칙이 변하지 않았다는 입장도 되풀이 했다.
이는 한국 정부의 대북 특사 파견 결정을 전후로 나온 백악관 반응과 같은 것이다.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지난 2일 정례 브리핑에서 “궁극적인 목적은 한반도를 비핵화하는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샌더스 대변인은 “비핵화가 진전되는 상황이라면 미국은 어떤 과정을 통해서건 나쁘지 않다”고 덧붙였다.
미국 조야에서도 비핵화 논의 원칙을 강조하며, 한국 정부의 대북 양보 가능성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감지되고 있다.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해리 카자니스 국가이익센터 국방연구국장은 “긴장 완화를 위해 북한과 더 많은 관계를 맺는 것은 좋지만 북한이 비핵화로 나아가는 길을 인도해야 한다”면서 “그렇지 않으면 특사 파견은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에 어떤 변화도 주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데이비드 맥스웰 조지타운대 외교대학원 안보연구센터 부소장도 “한국이 특사를 파견하는 것은 정상회담 이전의 정상적인 단계”라면서도 “미국은 북한이 긴장완화와 비핵화 논의를 위한 실질적 행동을 취할 때까지, 그리고 남북한이 비핵화 논의를 하기 전까지는 남북정상회담이 열리더라도 최대한의 대북 압박을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의 직접 대화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알려져 주목 받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난 3일 발언도 ‘양보 없는 비핵화’라는 종전 수준을 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4일 미국 백악관이 공개한 당시 발언록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며칠 전 그들(북한)이 대화를 하고 싶다고 제안해 왔다. 나는 우리도 그러고 싶지만 그쪽이 비핵화(de-nuke)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악관 관리는 또 “트럼프 대통령이 공개한 북한의 대화 제안은 북한에게서 직접 받은 게 아니며 한국 정부로부터 전달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는 북미대화를 주선하려는 문재인 정부 노력을 지켜보는 수준일 뿐 비핵화를 위한 최대한의 압박이라는 미국의 기존 대북 정책은 변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이왕구기자 fab4@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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