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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위원장 앞에서 비핵화 문제 직접 꺼내 통 큰 양보 요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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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위원장 앞에서 비핵화 문제 직접 꺼내 통 큰 양보 요구를”

입력
2018.03.04 20:06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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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내 끌어내려면 세게 나갈 필요

美의중 어떤지 정확히 직언해야”

“北 핵능력 고도화에 美도 다급

북미대화 입구 핵동결로 중재를”

“북미대화가 남북관계 전제 안돼

두 부분서 균형감 찾는 것이 중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 사진)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 사진)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연합뉴스

남북 협상 경험이 있는 전직 정부 고위 관계자들은 5일 평양으로 향하는 대북특별사절단의 성공 열쇠가 “미국의 의중을 얼마만큼 잘 전달하느냐에 있다”고 입을 모았다. “비핵화가 전제되지 않은 북미대화는 하지 않겠다”는 미국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해선 결국 북한의 선행 조치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그러기 위해선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앞에서 비핵화 문제를 직접 꺼내 최고 지도자로서의 ‘통 큰 양보’를 요구하는 등 강하게 나가야 한다는 주문이다.

이명박정부 때인 2009년 10월 청와대 비서실장 신분으로 싱가포르에서 김양건 당시 통일전선부장을 비밀접촉해 정상회담을 교섭했던 임태희 한경대 총장은 4일 “우리가 대북특사단을 통해 북에 던질 내용은 이미 미국과 조율이 끝난 내용들일 것”이라며 “그렇다면 미국은 어느 시점에서 대화로 나올 것인지, 이를 위해 북한은 어떤 조치들을 취해야 하는지를 설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이 북미 간 중재 역할을 자처하고 있는 만큼 일단 미국의 의중이 어떤지에 대해 김 위원장에게 직언해야 한다는 뜻이다. 임 총장은 “김정은의 속내를 끌어내기 위해서라도 세게 나갈 필요가 있다”며 “그래야 북미대화 문제에서 한국이 중요한 키를 쥐고 있다는 인상을 심어줄 수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북미대화를 위해 북한에 요구할 주문으로는 핵동결이 가장 현실적이라는 지적이다. 김대중정부에서 비밀특사로 방북하는 등 2000년 첫 남북정상회담 막후에서 활약했던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이번 특사단을 통해 북미 간 대화 출구를 핵동결로 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강조하고 있는 미국과 전제조건 없는 대화를 원하는 북한 양쪽 모두를 설득하자면 북한의 동결 선언이 중간 지점이기 때문이다. 박 의원은 “미국도 북한 핵능력 고도화에 더 시간을 줘선 안 되는 급한 입장”이라며 “북한 핵동결을 끌어낸다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이를 안 받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핵화 이슈가 남북관계 발전이라는 목표를 앞질러선 곤란하다는 우려도 나왔다. 노무현정부에서 통일부 장관을 지내며 2007년 2차 남북정상회담 준비기획단장을 맡았던 이재정 경기교육감은 “이번 특사단 방북을 계기로 북미대화 접점을 반드시 만들어야 하지만 이것이 남북관계의 전제조건이 되어선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특사단 방북도 남북정상회담과 북미대화의 여건을 만들어가는 과정 속에 있는 것”이라며 “비핵화가 안 되면 남북관계도 발전하기 어렵다는 식의 선후관계를 두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태희 총장도 “이번 특사단 파견이 한미동맹과 남북관계 모두에게 영향을 주는 부분인 만큼 두 부분을 균형감 있게 가져가는 것도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런 측면에서 이번 특사단 인선은 좋은 배합이라는 게 공통된 평가였다. 이 교육감은 “북한과의 대화는 원래 국정원장 중심으로 해왔으니 서훈 국정원장이 가는 게 맞다”며 특히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을 특사단 수석으로 내세운 데 대해선 “국제정세 속에서 남북대화의 중요성을 부각시킨 효과가 있다”고 평가했다. 박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미국을 가장 잘 아는 3박자 인선이다. 정 실장과 서 원장은 명콤비 팀”이라고 치켜 세웠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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