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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 가해자 공개사과 요구 말라” 연세대 인권센터, 재학생들에 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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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 가해자 공개사과 요구 말라” 연세대 인권센터, 재학생들에 메일

입력
2018.03.04 18:02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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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해자 인권 보호해야” 당부

“미투 억누르고 입 막아” 비난

2일 연세대 인권센터가 센터장 이름으로 재학생들에게 보낸 단체메일
2일 연세대 인권센터가 센터장 이름으로 재학생들에게 보낸 단체메일

연세대 인권센터가 대학가 미투(#me tooㆍ나도 당했다) 확산과 관련, 성폭력 가해자의 인권침해를 우려하는 듯한 메일을 재학생에게 보내 논란을 빚었다.

4일 각종 연세대 온라인 커뮤니티에 따르면, 연세대 인권센터는 ‘최근 대학 강의 중 차별과 혐오발언 사건들이 사회의 주요 이슈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학생 여러분에게 간단한 안내와 당부말씀을 드리고자 한다’라고 시작하는 센터장 명의 메일을 2일 재학생에게 보냈다.

다수 학생은 메일 당부 중 ‘일부의 생각만으로 정확한 조사절차 없이 적정한 피해자들에 대한 사과가 아니라, 대중에 대한 공개사과 요구는 가해자에 대한 인권침해의 소지’ ‘한쪽의 인권을 보호하는 길이 다른 쪽의 인권을 침해하는 길이 되지 않도록’ 부분을 문제 삼았다. 피해자 보호를 우선적으로 챙겨야 할 인권센터가 제대로 된 진상조사 전에 ‘가해자 인권 존중’을 이유로 이제 막 시동을 건 미투 운동 동력을 억누른다는 것이다.

정치외교학과에 재학 중인 이라온(23)씨는 “평소 학교에서 보낸 메일은 안 읽는데 인권센터가 보냈다고 해서 열어봤다가 내용을 보고 경악했다”면서 “메일 수신인 중엔 분명 성폭력 피해자가 있을 텐데 당장 두려움 때문에 목소리 낼 용기를 잃을 것”이라고 염려했다. 화학공학과 최모(22)씨는 “학교가 격려를 해주지는 못할망정 오히려 입을 틀어막는 격”이라고 했다.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은 “이전까지는 말할 수 없던 사회 분위기에 내몰린 피해자들의 마지막 선택지가 미투 폭로라는 방식”이라며 “이런 맥락을 간과한 채, 인권센터가 더 적극적으로 말할 의지를 불어넣어주는 게 아니라 가해자 인권부터 언급하는 것은 학생들 말을 듣겠다는 태도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반발이 거세지자 연세대 인권센터 측은 논란의 소지가 있다는 점을 인정한다면서 내용을 수정해 다시 발송하는 것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한소범 기자 beo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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