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법관을 지낸 차한성(64ㆍ사진) 변호사가 이재용(50) 삼성전자 부회장의 상고심 변호인단에 합류한 것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가 대법관을 그만두며 “공익활동에 전념하겠다”고 했던 약속을 스스로 뒤집은 행보라는 이유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한변호사협회는 전날 발표한 성명서에서 “차 전 대법관의 이번 형사사건(이 부회장 상고심) 수임은 전관예우 근절을 위한 그 동안의 모든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대법관을 마치고 변호사 개업을 할 당시 공익활동에 전념하겠다는 약속을 지키고, 전관예우 논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이 부회장의 형사사건에서 사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서울변호사회 회장을 지낸 김한규 변호사도 3일 페이스북을 통해 “차 전 대법관의 약속은 권선택 전 대전시장 재상고심 사건에 합류하면서 파기됐고 국민적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는 이재용 부회장 상고심 사건까지 맡은 것”이라며 “약속 파기 정점으로 치달은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차 전 대법관은 2014년 3월 대법관에서 물러난 뒤 1년이 지난 2015년 4월 변호사 개업 신고를 했다. 하지만 당시 변협은 “대법관은 퇴임 후 개업을 하기보다 공익활동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신고서를 반려했다. 전관예우 방지 차원에서 변협이 전직 대법관 개업을 막은 첫 사례였다.
그러자 차 전 대법관은 공익활동에 매진하겠다며 같은 해 6월 법무법인 태평양이 설립한 공익법인 동천의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하지만 차 전 대법관의 입장은 2년 후 번복됐다. 고위직 판사의 로펌 취업제한 기간인 3년이 지난 지난해 3월 권선택 전 대전시장의 정치자금법 위반 재상고심 사건 변호인단에 차 전 대법관이 이름을 올린 것이다.
그리고 이 부회장 변호를 맡고 있는 법무법인 태평양은 지난달 26일 대법원에 차 변호사를 포함한 변호사 6명의 선임계를 제출했다. 이를 두고 이 부회장 상고심이 임시 배정된 대법원 2부 소속 대법관들과 차 변호사의 개인적 관계를 고려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2부를 구성하는 대법관 4명 중 고영한ㆍ김소영 대법관은 차 전 대법관과 임기가 겹치고, 권순일 대법관은 차 전 대법관이 법원행정처장이던 시절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이었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이 부회장 변호를 총괄하는 태평양의 이인재 변호사는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대법원에서는 서면 중심으로 변론이 이뤄지기 때문에 경륜을 갖춘 차 전 대법관의 합류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대법관을 그만둔 지 4년이나 지났고 작년부터 이미 사건 수임을 해오던 분인데 (이번 수임에 대한 지적은) 과도한 비판이 아닌가 싶다”고 해명했다.
유환구 기자 redsun@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