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수 줄고 법인화도 어려워
배움의 때를 놓친 어르신에게는 새로운 교육 기회를, 또 제도권 교육을 벗어난 청소년들에게는 진로 탐색의 배움터가 돼 왔던 ‘학력인정 평생교육시설(학평)’이 잇따라 문을 닫고 있다. 학생수가 계속 줄어드는 데다 법적 장벽에까지 가로막혀 평생교육의 한 축이 사라지는 분위기다.
서울시교육청은 금천구 경일중과 경일경영정보고가 학생수 감소를 이유로 폐교를 신청해 이를 인가했다고 4일 밝혔다. 경일중ㆍ고는 1957년 성경구락부로 출발해 86년 학평으로 지정됐다. 중학 과정은 54차례, 고교는 45차례 졸업생을 배출할 만큼 역사가 깊다. 졸업생 대부분은 제때 공부할 기회를 잃은 중ㆍ장년층이다. 2005년 전국 최초로 성인 대상 4년제 학력인정 초등학교로 지정된 마포구 양원초도 올해부터 학생을 뽑지 않는다.
얼마 전 교사 해고로 폐교 위기에 몰린 구로구 연희미용고 역시 신입생 없이 2ㆍ3학년(410명) 재학생 만으로 운영되고 있다. 가수 현아, 방탄소년단 지민 등 다수 아이돌 연예인을 배출한 성동구 한국예술고는 지난해부터 모집을 중단해 내년 2월이면 문을 닫을 상황이다.
2010년만해도 82곳, 4만3,622명이었던 학평 규모는 지난해 52곳, 2만6,076명으로 크게 쪼그라들었다. 가장 큰 이유는 학생 수 감소다. 학평 잠재 수요자인 중졸 이하 성인(25~64세) 비율은 20여년 전인 95년 40%에서 2016년에는 13%로 급감한 상태다.
법인화 문턱을 넘기도 쉽지 않다. 2007년 개정된 평생교육법은 학평의 설립 주체를 재단ㆍ학교법인으로 제한하고 최소 자산 5억원을 출연토록 했다. 그러나 설립자와 후손은 법인으로 전환할 금전적 능력이나 의지가 없고, 선뜻 거액을 담보로 낼 인수 희망자도 나타나지 않으면서 폐교 위기에 내몰린 학평이 속출하는 것이다. 현재 서울 지역에서 법인 전환을 끝낸 시설은 용산구 서울자동차고가 유일하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불투명한 회계 운영 등 각종 문제가 불거져 학평 설립 규정을 강화했지만 이제는 폐교의 빌미가 되고 있다”며 “평생교육의 다양성을 위해서라도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이삭 기자 hir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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