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 오리온 최진수(29)가 우승 경쟁에 뛰어든 전주 KCC의 발목을 잡았다.
최진수는 4일 전주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7~18 KCC 프로농구 KCC와 원정 경기에서 20점을 몰아치며 팀의 81-75, 6점차 승리를 이끌었다. 3점슛은 4개 던져 모두 성공시켰고, 승부처인 4쿼터에서 100% 슛 적중률로 혼자 10점을 책임졌다. 이미 9위로 6강 플레이오프가 좌절된 9위 오리온은 15승35패를 기록했다. 반면 KCC(33승17패)는 선두 원주 DB와 격차를 1경기를 줄일 기회를 놓치면서 2경기로 벌어졌고, 이날 안양 KGC인삼공사를 106-94로 제압한 울산 현대모비스에게 공동 2위 자리를 허용했다.
올 시즌 오리온의 ‘키 플레이어’로 꼽혔던 최진수는 초반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는 것에 신경 쓰다가 주춤했다. 203㎝의 큰 키를 활용하지 못하고 외곽을 겉돌았다. 슛 감이 좋은 날은 문제 없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힘을 못 썼다. 최진수의 기복 있는 모습에 팀도 하위권에서 맴돌았다.
최진수는 마음을 비우고 나서야 조금씩 살아났다. FA를 머리 속에서 지웠다. 추일승 오리온 감독도 “이제 성적에 대한 부담을 갖지 말고 하고 싶은 대로 플레이를 하라”고 자율권을 줬다. 최진수는 지난 2일 서울 SK전에서 3점슛 3개 포함 18점을 넣더니, 이날 KCC를 맞아서도 20점을 올리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최진수는 경기 후 “가치를 인정 받을 수 있는 FA 자격을 처음 얻다 보니까 신경이 쓰였다”면서 “돌이켜보면 바보 같았다”고 아쉬워했다. 이어 “미국에서 (대학 시절) 혼자 생활을 오래 할 때 무슨 일이 생겨도 누구한테 털어놓지 못했다”며 “그 영향이 한국에서도 이어졌다”고 덧붙였다.
슬럼프가 길어질 때 최진수는 추 감독과의 면담을 통해 자신의 고민을 나누게 되면서 마음의 짐을 덜 수 있게 됐다. 그는 “지난 두 시즌 동안 애런 헤인즈(현 SK)가 있을 때는 팀에 해결할 선수가 많아 보조 역할을 해왔던 것이 몸에 뱄다”면서 “내가 팀의 중심이 돼야 한다는 생각은 있었는데, 경기를 하다 보니까 이제 내 역할에 맞게 바뀌는 것 같다”고 말했다. 추 감독도 최진수에게 모처럼 만족감을 드러냈다. 추 감독은 “수비와 공격에서 역할을 잘해줬다”며 “남은 경기도 KCC전처럼만 해주기를 바란다”고 기대했다.
전주=김지섭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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