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전쟁이 이로운 것이고 이기기도 쉽다고 보는 건 극도로 어리석은 생각이다.”(폴 크루그먼)
“1920, 30년대 대공황 당시의 상황과 비슷한 상황이 될까 걱정된다.”(로버트 실러)
“미국과 세계 경제가 앞으로 큰 시련을 겪게 될 수도 있다.”(제프리 삭스)
미국의 저명한 경제학자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무역전쟁을 본격화하자, 일제히 우려와 반대의 뜻을 표명하고 나섰다. 철강, 알루미늄 등 수입제품에 ‘관세 폭탄’을 부과할 경우 단기적으로는 미국 내 관련 업계에 도움이 될지 몰라도 결국 미국이나 세계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대공황이 재연될 수도 있다는 경고까지 내놓고 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이자 미국의 대표적 진보경제학자인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는 3일(이하 현지시간) 미 뉴욕타임스 칼럼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무역전쟁’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 흑자가 나면 미국이 이기고 적자가 나면 진다고 보는 듯한데 이건 터무니없는 생각”이라며 “무역은 제로섬 게임이 아니라 (서로 윈윈하며) 세계 경제의 생산성과 부를 늘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트럼프의 관세 폭탄으로 세계 각국의 보복 대응이 이어지게 되면 “세계 전체 무역은 위축될 것이고 미국을 포함한 모든 국가가 더 가난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또 “알루미늄처럼 제조 과정에서 전기가 많이 쓰이는 제품은 수력발전이 풍부한 캐나다에서 만든 걸 수입하는 게 무역 수지와 관련 없이 미국에게도 이득”이라며 “차 조립을 위해 멕시코 캐나다 한국 중국 등에서 수입해온 부품, 소재를 직접 국내에서 수급해야 하는 상황이 오면 엄청난 혼란이 초래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제프리 삭스 컬럼비아대 교수도 2일 CNN 기고문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폭탄으로 얻게 될 미국 철강회사들의 이득은 철강을 소비하는 기업과 소비자의 손실, 경쟁력 없는 산업을 보호하는 데 드는 사회적 비용에 의해 상쇄될 것”이라며 “무역 장벽이 미국을 지켜줄 것이란 생각은 완전히 잘못된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단기적으로 미국 철강업체의 주가가 오를 수는 있지만 미국과 세계 경제는 하락의 악순환에 빠져 모두가 패배자가 되는 상황이 오게 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 역시 2일 CNBC 방송에 출연해 “트럼프 대통령의 철강 관세 방침은 무역 전쟁으로 가는 첫 번째 총성과 같은 것이어서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방송에서 “트럼프 정부가 다른 제품에 대해서도 관세를 부과하면 다른 국가들이 이에 대해 더 크게 보복할 수도 있다”며 “이는 바로 대공황 때 일어났던 일”이라고 지적했다. 또 “트럼프의 관세 폭탄 계획은 즉각적으로 파괴적인 결과를 초래해 일부 철강업 종사자와 철강업 투자자를 제외한 대부분의 사람에게 피해를 주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맨큐의 경제학’ 저자로 잘 알려진 경제학자이자 친 공화당 성향의 그레고리 맨큐 미국 하버드대 교수마저도 앞서 지난달 16일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글을 통해 “1850년대의 일본, 1960년대의 한국, 1990년대의 베트남처럼 폐쇄경제 국가가 무역장벽을 없앤 뒤 더 빠른 성장을 했던 예가 있다”며 “자유무역이 확대되면 단기적으로 수입 제품과 관련한 일부 산업 종사자가 타격을 입을 수 있지만 국민 전체 평균 생활 수준이 향상된다는 결론은 변함이 없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보호무역정책에 반대의 뜻을 밝혔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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