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일본 주택시장 보고서
“부동산 회복세 지속 불투명”
일본 주택시장에서 저출산과 고령화로 인한 수요 부족 탓에 빈집이 계속 늘면서 최근 회복세를 유지하기 힘들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일본을 능가하는 저출산ㆍ고령화 속도에 집값 과열 우려까지 공존하고 있는 우리나라 역시 비슷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게 한국은행의 지적이다.
2일 한은의 ‘일본 주택시장 동향과 제약 요인’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 주택가격은 2013년 이후 5년 간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2015년부터 3년 연속 2%대 중반 수준의 집값 상승률을 기록, 1990년대 초 경제 거품 붕괴 후 20년 가량 이어진 일본 부동산 침체 국면에서 벗어나는 모양새다. 주택 유형별로 보면 우리나라의 아파트와 비슷한 맨션(지난해 1~9월 5.5% 상승), 지역별로는 관광이 활발한 홋카이도(北海道) 지역(20.5%)과 도쿄도(東京都)를 비롯한 간토(關東)지역(14.7%)의 상승세가 뚜렷하다.
보고서는 2012년 말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취임 후 지속된 양적완화 정책과 아베노믹스의 효과로 대출 문턱이 낮아진 점, 관광 호조와 2020년 도쿄올림픽 개최에 힘입어 상업용 부동산 수요가 늘어난 점 등에 힘입어 집값도 동반 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보고서는 그러나 일본 주택시장 회복세가 지속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고 내다봤다. 저출산ㆍ고령화란 인구구조적인 요인이 주택 수요를 제약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동애 한은 아태경제팀 과장은 “일본 총인구는 2008년을 정점으로 감소하고 있고, 단독세대 증가에도 불구하고 가구수 또한 2020년부터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빈집 증가는 일본 주택시장의 대표적 불안 징후다. 보고서에 따르면 1993~2013년 20년 동안 일본 내 빈집 수는 410만채에서 780만채로 2배 가까이로 늘었다. 전체 주택 대비 빈집 비율 또한 9.0%에서 12.8%로 증가했다. 한국(6.5%)은 물론 네덜란드(3.3%) 독일(4.5%) 등 주요국에 비해 크게 높은 수준이다. 조 과장은 “인구 감소로 인한 주택수요 부족으로 상속 등으로 발생하는 잉여주택 처분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수요자의 새 집 선호, 정부의 임대용 주택 건설 장려로 인해 주택거래도 신규주택 위주로 이뤄지다 보니 빈집이 적체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일본 경제 전반의 회복세에도 가계소득 여건은 그만큼 좋아지지 않아 주택담보대출 상환 부담이 여전히 높은 점도 주택시장 전망의 부정적 요인으로 꼽힌다.
조 과장은 “우리나라 주택시장도 인구 고령화의 진전으로 일본과 유사한 변화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보고서는 일본은 이미 2006년 주택정책의 패러다임을 전환했지만 빈집 증가, 주택거래 부진 등 구조적 문제를 피하지 못했다며 우리나라도 체계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이훈성 기자 hs0213@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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