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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특집] 조영증ㆍ한준희ㆍ축구팬 '3人, 한국 축구를 마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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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특집] 조영증ㆍ한준희ㆍ축구팬 '3人, 한국 축구를 마주하다'

입력
2018.03.04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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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조영증 프로축구연맹 심판위원, 김동규 울산 현대 서포터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이 지난달 26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 호텔에서 얘기를 나누고 있다/사진=임민환 기자

[한국스포츠경제 김의기] 한국 축구는 늘 그래왔듯 지난해에도 다사다난 했다. 지난해 11월 대한축구협회 김호곤(67) 부회장과 안기헌(64)전무가 동반 사퇴했다. 지난달에는 U-23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십 4강에 그친 김봉길(52) 감독이 성적부진으로 경질됐다. 협회는 인적 쇄신과 함께 구조적 개혁을 단행하며 새 시대를 열었지만 여론과의 온도 차는 여전히 존재했다. 올해는 2018 러시아 월드컵이 열리고 곧바로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이 이어진다. 앞으로도 한국 축구가 험로를 걸을 것으로 우려되는 부분이다.

한국스포츠경제는 창간 3주년을 맞아 중대 기로에 선 한국 축구가 마주한 현실을 짚어 보고 나아갈 길을 제시한다. 축구협회 및 프로축구연맹 대표로 조영증(64) 프로축구연맹 심판위원장, 축구전문가로 한준희(48) KBS 해설위원, 팬 대표로 김동규(30) 울산 현대 서포터스가 최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 호텔에서 모여 각자의 생각을 기탄없이 풀어놨다. 이들은 대화를 거듭하며 접점을 찾아 나갔다.

▶김동규 =협회의 이번 인사 개혁의 핵심은 김판곤(49) 국가대표감독선임위원장 체제로 설명된다. 김판곤 위원장이 감독 선임 프로세스를 가장 강조한 점은 인상적이다. 축구팬들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준 기분이다. 감독 선정 기준에 대해서도 체계적 설명을 곁들여 신선했다. 김판곤 체제가 정착된다면 앞으로 감독 선임을 두고 잡음이 줄어들 수 거라 기대를 건다. 협회의 이번 변화는 완벽하다고 볼 수는 없지만 팬들이 믿고 기다려 줄 공간을 확보해준 것 같다.

▶한준희=사실 팀이 못하면 질타를 받고 감독이 경질되고 심지어 협회까지 문제가 되는 것은 비단 대한민국에서만 벌어지는 일이 아니다. 예를 들어 이번에 (러시아) 월드컵에 못 나온 이탈리아 경우 감독부터 협회까지 다 뒤집어진 것을 한 번 봐라.

▶조영증 =축구라는 것이 갑자기 확 변화한다고 바뀔 수 있는 게 아니다. 이번에 결과적으로 축구 전술적 문제부터 협회 시스템이 비판을 받으니까 내부에서도 잘못을 묻고 인적 쇄신을 해야 한다는 말이 나왔다. 지금 협회와 집행부는 다양한 채널과 루트를 통해 변화를 택했고 팬들의 인적 쇄신 요구에 응답했다. 축구에 종사하는 사람들도 변화하려는 협회의 노력을 지켜봐 주고 자연스럽게 믿어주는 등 서포트 해주면 어떻겠나.

▶한준희=이번에 협회 집행부와 위원회가 새롭게 들어섰는데 다만 과거에도 기술위원회가 있었다. 더 참신해지고 범위가 넓어지긴 했지만 따지고 보면 시스템은 예전에도 존재했다. 중요한 것은 그것을 끌고 나가는 사람들의 마인드다. 합리적 근거와 절차를 지니고 일을 하느냐의 문제가 핵심이다.

▶김동규=이번 23세 이하 대표팀 선임은 김판곤 체제 이후 첫 감독 인사였다. 그간 프로세스를 강조했던 만큼 과거와는 달리 팬들이 다소 납득하고 있는 것 같다. 대표팀 감독선임은 축구팬들에게 가장 큰 화두다. 그간 감독 선임을 두고 인맥 축구라는, 나와서는 안 될 비판도 불거져 왔다. 김판곤 체제가 유지된다면 향후 신태용 감독 이후 A대표팀 감독 선임 때도 잡음을 최소화하고 팬들이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만족스러운 선임이 될 것이라 전망하나.

▶한준희=각급 대표팀의 감독을 선임할 경우 구체적 커리어와 정확한 성적과 전술적 성향을 먼저 봐야 한다. 동시에 이 감독이 우리 팀의 약점을 치유할 성향의 소유자인가. 과거 맡았던 팀들이 어떠한 면에서 발전을 했나 퇴보를 했는가, 혹은 선수단을 장악하는 유형인가 등 두루두루 합당한 근거에 의거해 감독을 선임한다면 협회 역시 추후에 성적이 다소 부진하더라도 감독을 보호할 명분이 생긴다. 예를 들어 울리 슈틸리케(64ㆍ독일) 감독의 경우 팬들의 질타를 받았을 때 협회가 감독을 보호할 근거가 다소 약했다. 합리적 근거를 마련해 두었던 것이 존재한다면 협회도 팬들을 설득시킬 수 있다. 히딩크 감독도 결국 오래 기다려서 성과가 나온 경우 아니겠나. 당시 히딩크 감독의 경우는 그렇게 믿고 기다릴 근거가 있었다. 내국인이 됐건 외국인이 됐건 합리적 논리적 근거를 마련해 채점한 뒤 감독을 세울 수 있다면 부진해도 장기적 안목에서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지금 집행부에서는 이러한 철학이 충분히 담겨 있다고 평가한다.

▶조영증=이번 감독 인선의 경우 김판곤 위원장이 후보들과 일일이 개인 면담도 하고 감독에 대한 정보, 데이터, 전력 수집을 치밀하게 하면서 팬들과 공감대 형성을 위해 남다른 노력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한준희=올해는 월드컵부터 아시안게임까지 있다. 홍명보 김판곤 집행부가 해 나가는 것을 관찰할 수 있는 장은 굉장히 많이 마련돼 있다. 팬들이 보고 판단할 수 있는 기회는 많다.

왼쪽부터 조영증 프로축구연맹 심판위원, 김동규 울산 현대 서포터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이 지난달 26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 호텔 앞에서 얘기를 나누고 있다/사진=임민환 기자

▶조영증=감독 선임에 대해 한 마디 더 하자면 대표팀 감독이 축구에서 가장 어려운 거다. 축구는 마치 야구에서 타율을 매기듯 객관적이지 않고 정확히 정해진 기준이 없다. 심판 판정만 봐도 그렇지 않나. 똑같은 상황에서도 심판 성향에 따라 판정이 바뀌기기도 한다. 좋은 성적과 데이터에 따라 감독을 선임하면 결과도 이에 비례하느냐? 절대 그렇지 않다. 리더십부터 내면적 성향, 국제 대회 경험 등 다방면 요소 역시 간과해서는 안 된다. 감독은 그런 자리다.

▶한준희=지금 위원장님께서 굉장히 중요한 말씀을 해주셨다. 예를 들어 이번 아시안 게임에서 다들 요구하듯이 손흥민(26ㆍ토트넘)이 와일드카드로 올 수 있고 권창훈(24ㆍ디종FCO)에 황희찬(22ㆍ잘츠부르크) 등 어릴 적부터 해외에서 축구를 배워온 선수들이 이름을 올릴 수 있다. 이번 지도자의 경우 이들을 잘 감싸 안으면서 무언가를 가르칠 수 있는 경험 등이 모두 고려돼 종합점수가 반영된 감독일 것이다.

▶조영증=대표팀은 최고의 선수들 가운데서도 또 최고들만 모인다. 옛날하고 달리 요새 젊은 선수들은 개성도 강하고 자기만의 뚜렷한 축구 철학도 있다. 이들을 모아 하나의 팀으로 만들어야 하는 대표팀 감독은 과거보다 더 어려워졌다. 이제는 전술 운용 능력부터 미디어 대응 등 포괄적 능력을 겸비해야 한다. 심지어 성품 등 뭐 하나에 흠이 있어도 안 되고 참 어려운 자리다. 허정무 전 감독 경우도 사상 첫 월드컵 원정 16강 진출 등 다양한 성과를 남기셨지만 악의적 댓글들로 상처를 참 많이 받으셨다. 팬들 역시 이러한 점을 고려해 무조건 적인 비난이 아닌 올바르고 건전한 비판이 필요하다.

▶김동규 =한국 축구를 위해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것은 축구팬들의 중요한 역할이다. 다만 발전적 방향으로 건전한 방향으로 나아가게끔 도와야 한다는 것에 깊이 공감한다. 가끔 대표팀을 비롯해 K리그 내에서의 일부 팬들의 과열된 행동은 축구팬들 사이에서도 비판거리다. 진짜 축구를 좋아하는 팬인지 의심스러울 때도 있다. 때로는 믿고 기다려 주면서 건전한 선에서 비판을 하는 것이 축구팬들의 역할 아닐까 한다.

▶ 한준희 =팬들이 전술적 문제를 짚거나 건전한 비판은 팀에 분명히 도움이 된다. 다만 인신공격이나 ‘카더라 통신’ 가정사나 사생활을 꼬집어내는 것은 팬들도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한다. 그럼에도 협회는 팬들의 비판이나 외부적 시각에 대해서 상당히 크게 인식하고 있다. 이번에 국가대표감독선임위원회 산하 정보전략소위원회에 들어갈 때도 협회측으로부터 외부에서 협회를 보았을 때 어떻게 비춰질까 과감하게 말 해달라는 요구를 받았다.

▶김동규=협회 유스전략본부장으로 박지성(37)을 내세우고 전무이사로 홍명보(49)가 발탁됐다. 축구팬들에게 친근한 면도 있지만 이번 비판에 대한 방패막이 인사라는 비판도 따랐다. 박지성의 경우 팬들의 기대가 크다. 유소년에 꾸준히 관심을 보여왔고 세계 최고의 리그에서 경험을 한 귀중한 자산이다. 유럽의 좋은 시스템과 경험을 한국 축구와 유소년 축구에 접목시켜주고 외부적, 외교적 역할도 하면서 한국 축구를 위해 많은 기여를 할 거라 기대한다.

▶한준희=앞으로 5년 내지 10년 사이 유스 시스템이 실제로 좋아졌다면 박지성을 유스전략본부장으로 선임한 것이 좋은 선택이 되는 것이고 좋아지는 것이 없다면 팬들의 비판이 맞게 된다. 이것은 팬들이 기다려 봐야 한다. 그러나 당장 박지성이 유스 본부장이 됐다고 해서 한국이 내년에 유스 대회를 휩쓸거나 그럴 일은 없을 거다.

조영증 프로축구연맹 심판위원장/사진=임민환 기자

▶조영증=유럽 축구는 200년 역사인데 우리는 고작 30년 됐다. 유럽은 과거 쌓아온 틀을 기반으로 조금 조금씩 다져 나가면서 발전해 지금의 기틀을 완성시켰다. 축구가 하루아침에 이루어진다면 누가 못하겠나. 보통 10년 이상 길게 내다봐야 된다. 특히 아직까지 학교와 클럽, 클럽과 프로와 호환이 잘 안 된다. 당장 학교 및 진학 문제 등이 나온다. 부모들은 축구선수를 키울 것인가 학생을 키울 것인가 갈림길에 설 수밖에 없다. 성직자 같은 생활을 해야 프로로 전향하는 경우는 1%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즉 축구는 무조건 장기적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프로 구단 역시 마찬가지다. 구단 사장들 2년도 안 돼서 바뀌더니 요새는 거의 1년 마다 바뀐다. FC서울 이재하(55) 단장의 경우 10년 이상 자리에 있었는데 이 정도는 돼야 축구 흐름에 잡히기 시작하고 축구 산업 구조를 알 수 있다고 본다.

▶한준희=프로 구단 사장은 기업 회장의 의중이 담겨있어 성적에 대한 책임은 어쩔 수 없더라도 개인적으로 구단 단장이나 국장은 조금 더 오래 지켜봤으면 좋겠다. 이 둘은 K리그나 한국 축구 발전을 위해서도 장수할 필요가 있다. 통상 사장이 바뀌면 단장이나 국장도 바뀌어 버리더라. 그렇게 되면 구단에 대해 아는 사람이 남아있지 않게 된다.

▶ 김동규=축구팬들이 협회뿐만 아니라 구단이나 연맹에 바라는 점도 다양하다. 특히 구단이 지향하는 방향과 철학이 뚜렷했으면 좋겠다. 이번 시즌 K리그에서 팬들에게 가장 큰 화두는 VAR(비디오판독시스템)이다. 지난 시즌 VAR로 갖가지 말들이 나왔다. 오심을 줄일 수 있는 대안이라는 점을 높게 평가하지만 도입이 되고도 말썽을 부리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 심판에만 VAR 발동 권한이 주어진다는 점부터 정확한 기준, 늘어지는 판독 시간으로 경기 흐름 방해 등 해결할 과제가 많다고 생각한다.

▶조영증=축구와 관련된 모든 룰은 국제축구연맹(FIFA) 국제축구평의회(IFAB)에서 정하며 여기서 벗어나면 인정을 해주지 않는다. 우리 마음대로 규정을 바꿀 수 없는 구조다. VAR이 축구 흐름을 깨는 등 염려가 되는 부분도 있다. 그러나 지금 세계 축구의 추세는 과학 및 IT 기술을 축구에 접목해 억울한 판정을 줄이고 이로 인한 왜곡된 경기 결과를 막는 것이다. 지난 시즌. VAR 관련 두 차례 문제가 됐던 장면이 있었지만 미디어나 관계자 등 80% 이상이 VAR에 대해 만족한 평가를 냈다. 현재 유럽 유수의 리그에서도 VAR을 이미 도입한 상태다. 올해는 K리그1(클래식)만 아니라 K리그2(챌린지)까지 시행될 예정인데 다만 심판들도 VAR에 너무 의존해서는 안 된다. 최대한 두 눈으로 잘 볼 생각을 해야 한다.

▶한준희 =VAR은 심판들이 경기 흐름을 깨지 않는 속전속결 판결부터 방송과의 화면 연계까지 이르기까지 개선할 부분이 많다. 그럼에도 VAR 도입에 대해 적극 찬성한다. 월드컵 역사를 보면 잘못된 골 판정으로 인해 축구 역사가 바뀐 억울한 사례가 많다. 비디오 레퍼리들의 일관성 있는 VAR 판정이 나와야 되고 VAR이 발동된 후 주심이 영상을 직접 보고도 틀린 판정이 나와서는 절대 안 된다.

▶김동규=K리그가 아시아 내에서 최고 수준의 리그라는 평가가 나오고 경기력은 향상되고 있지만 팬들의 열기와 인기는 비례하지 않아 한편으로는 안타깝다. 극단적으로 연맹과 구단이 협조해 은퇴를 앞둔 스타 플레이어 출신 선수들을 K리그로 데려온다면 축구팬들의 눈과 귀를 조금 더 끌어들일 수 있지 않을까. 비용적 측면에서도 비현실적인 사안은 아니라고 본다. 과거에 디디에 드록바(40ㆍ코트디부아르)도 잠깐 언급된 바 있고 지금 파트리스 에브라(37ㆍ프랑스)도 마찬가지다.

▶ 한준희=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축구 스타들이 K리그에 있으면 얼마나 좋겠나. 그러나 지금은 기업들에게 무조건적으로 축구에 돈을 쓰라고 요구할 수 없는 시대다. 기업들이 해외 진출을 노리지 국내 마케팅 투자는 많이 줄어들었다. 특히 지자체의 경우 예산 집행을 마음대로 할 수도 없다. 구단에서 외국인 선수들을 영입하면 알토란처럼 잘 써서 나중에 잘 팔 수 있도록 하는 것이 K리그를 좋게 유지하는 최선의 방법이다. 또 관중이 있으면 결국 구단은 투자를 한다. 전북 현대 구단의 투자가 활발한 것이 현대자동차가 프랑스나 브라질 등 해외 각지에서 스포츠 마케팅으로 가시적인 효과를 내기 때문이다”

▶ 조영증=현재 12개 구단의 수입 자체가 많지가 않다. 그렇다고 구단에 돈을 쓰라고 압박할 수 없는 상황이다. 팬 입장에서는 답답해서 그렇게 얘기할 수 있지만 결국은 축구가 살아나기 위해서는 팬들이 경기장을 찾아야 한다. 팬이 경기장을 찾으면 중계권료가 올라가고 구단에서는 시설 등을 재투자하고 선순환 구조가 이루어질 수 있다. 그러나 지금 프로리그-A매치 시청률도 많이 줄고 있다. 프로가 살아야 아이들이 보고 축구 선수의 희망을 키운다. 축구 산업이 죽으면 당장 지금의 선수들이나 종사자들은 사실 큰 문제가 없다. 문제는 미래의 유망주들이 죽게 된다는 것이다. 깊이 고민해볼 대목이다.

정리 김의기 기자 show9027@sporbiz.co.kr

김의기 기자 show9027@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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