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보호무역주의가 우리나라의 효자 수출품인 반도체에까지 타격을 입힐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KB증권은 4일 ‘산업별 무역흑자와 수출 증가율’ 보고서에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이미 지난해 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글로벌 반도체 업체들의 제품에 대한 관세법 위반 여부를 조사하기로 한 바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이어 “문제는 해당 조항(관세법 337조)이 규정한 권리 침해가 아직 국제적으로 명확한 개념이 정립되지 않아 미국 업체들이 구체적 피해를 입증하지 않아도 해당 외국 상품의 수입을 막을 수 있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문제가 된 제품은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라는 저장장치인데, 글로벌 SSD 시장에서 삼성전자가 40% 점유율을 차지해 1위를 점하고 있다. 남대종 KB증권 연구원은 “2, 3위인 인텔(14%), 웨스턴디지털(13%)과도 격차가 큰 상황에서 미국이 관세법 위반을 이유로 삼성전자의 SSD 수입을 금지한다면 한국 반도체 업체가 큰 피해를 입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특히 미 무역규제가 한층 강화될 때 한국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산업으로 ▦미국 내 적자규모가 큰 산업 ▦국내에서 대미 무역 흑자가 발생하는 산업 ▦최근 대미 수출 또는 무역 흑자가 확대되고 있는 산업 등을 예상했다. 반도체는 세가지 조건에 모두 해당되는 품목이다. 김영환 KB증권 연구원은 “세 가지 조건 가운데 두 개 이상 해당되는 정보기술(IT) 가전 산업기계 화학 섬유 자동차 업종 등이 우리나라 주식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시가총액의 50%나 된다”며 “무역 규제가 전방위로 확대되면 영향을 받을 수 있는 기업이 적지 않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보고서는 또 미국의 무역규제 강화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공약(미국 우선주의)인 만큼 향후 트럼프의 재선이 확정될 때까지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무역적자(지난해 약 5,000억달러)가 대부분 불공정 무역 때문이라고 판단, 우리나라와 중국, 일본 등을 상대로 덤핑(정상가보다 저렴하게 수출), 상계관세(국내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가격경쟁력이 있는 수입품에 관세 부과) 등 무역규제 조치를 강화하고 있다. 강아름 기자 sara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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