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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의 상용에 공하기 위하여…” 암호문 같은 민법 이번엔 바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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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의 상용에 공하기 위하여…” 암호문 같은 민법 이번엔 바뀌나

입력
2018.03.04 14:37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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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입법예고 했지만

19대 국회 방치로 무산돼

본회의 통과 지켜봐야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물건의 소유자가 그 물건의 상용에 공하기 위하여 자기소유인 다른 물건을 이에 부속하게 한 때에는 그 부속물은 종물이다.”(민법 제100조 1항)

사라진 한자어, 일본식 조어, 배배 꼬인 복잡한 표현으로 가득 찼던 민법 조문이 더 알기 쉽게 바뀐다. 4일 법무부는 민법(총칙ㆍ물권ㆍ채권ㆍ친족ㆍ상속편) 조문을 더 쉽게 표현하는 것을 주 내용으로 한 일부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민법은 1960년 처음 시행됐음에도 여전히 시행 당시 표현을 다수 포함하고 있어, 일반 국민이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며 개정 이유를 설명했다.

정부가 마련한 이번 개정안에 따르면, 일상생활에서 더 이상 쓰이지 않는 한자어들은 민법 조항에서 대거 사라진다. 민법 전체 조문에서 10번 이상 등장하는 ‘해태(懈怠ㆍ법률적 의무를 이유 없이 다하지 않는 것)’는 ‘게을리하다’로 바뀌고, ‘통정(通情)’은 ‘짜고 하다’로 풀어서 쓰인다. 상대방에게 재촉하는 통지의 의미를 가지는 ‘최고(催告)’ 역시 ‘촉구’로 바뀌게 된다.

일상생활에서는 쓰이지 않는데 유독 법조인만 사용하는 표현도 많이 바뀐다. ‘상당(相當)’은 ‘적절’, ‘표의자(表意字)’는 ‘의사표시자’, ‘아니한’은 ‘않은’, ‘그러하지 아니하다’는 ‘그렇지 않다’ 등으로 교체된다. 민법을 처음 만들 때 일본어를 바로 번역하면서부터 여전히 남아 있던 일본식 표현도 바꾸기로 했다. ‘동의가 있는 때에 한하여’(동의가 있어야), ‘상용에 공하기 위하여’(통상적인 사용에 이바지하기 위해) 등이 그런 예다.

남성 중심의 표현도 바뀐다. 민법상 ‘자(子)’는 아들과 딸을 모두 포괄하는 표현으로 ‘친생자’, ‘양자’ 등 남성 중심 용어가 주로 쓰였다. 그러나 앞으로는 ‘친생자녀’, ‘양자녀’ 등 여성까지 포괄하는 용어가 쓰이게 된다.

그러나 알기 쉽게 풀어 쓴 민법 조문 개정을 최종 결정해야 할 국회가 이 문제에 별로 관심을 기울이지 않아, 실제 민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지는 지켜봐야 한다. 2015년에도 정부가 민법 표현을 쉽게 만든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국회는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법무부 장관의 제안설명만 듣고 제대로 심의조차 하지 않은 채 방치했고, 19대 국회 임기 만료에 따라 법안은 자동 폐기됐다.

이영창 기자 anti09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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