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정재호]
한국도로공사/사진=KOVO 제공.
“객관적인 선수 구성상은 한국도로공사가 가장 유리하다.”
V리그 오프 시즌이 한창이던 지난 6월말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IBK기업은행 배구단 체육관에서 만난 이정철(58) 감독은 “목표는 6개 구단이 다 우승일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감독은 직전 시즌 최하위였던 도로공사(11승 19패ㆍ승점 33)에 대해 “올해가 기회다. 박정아(25)가 들어갔고 이바나 네소비치(30ㆍ세르비아)를 뽑았다. 기존의 노련한 선수들과 어우러질 것”이라고 V4를 향한 최대 경쟁자가 될 것임을 알렸다.
2010년 창단한 뒤 최근 다섯 시즌 연속 프로배구 V리그 여자부 챔피언 결정전에 올라 3번이나 우승한 IBK기업은행 수장의 예측이 당시로서는 놀라움을 안겼고 이는 약 8개월 뒤 현실로 이뤄졌다.
지난 3일 도로공사는 흥국생명과 홈 경기를 세트 스코어 3-0으로 이기고 승점 62(21승 8패)가 됐다. 승점 55인 2위 기업은행을 따돌리고 잔여 경기 결과에 관계없이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했다. 도로공사의 정규리그 우승은 2014~2015 시즌 이후 3년만이다. 악몽 같았던 지난 2년의 슬럼프를 딛고 2005년 V리그 원년부터 통산 3번째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도로공사는 전 시즌 대비 승점이 무려 29나 증가했다. 세트 스코어 3-0이나 3-1의 승리가 10번 가까이 늘었다는 뜻이다. 김종민(44) 감독 이하 선수들이 하나로 똘똘 뭉친 결과물이다. 이바나는 "개개인의 능력도 좋았지만 모두가 똘똘 뭉쳤다“고 말했다.
구단은 적극적인 투자로 화답했다. 전력 보강의 핵심은 이정철 감독이 경계했던 대로 좌우 쌍포인 박정아와 이바나다. 지난 시즌 한국도로공사는 득점 상위 10명 가운데 한 명도 배출하지 못했다. 올 시즌은 외국인 선수 트라이아웃 1순위로 지명된 이바나가 752득점으로 리그 4위, 자유계약선수(FA) 최대어로 팀을 옮긴 박정아가 478점으로 7위에 올라있다. 김 감독은 "공격에서 해결사가 없었는데 작년과 비교하면 외국인 선수가 좋아졌고 어려운 상황에서는 박정아가 해줬다"고 돌아봤다.
쌍포를 춤추게 한 건 세터 이효희(38)다. 내부 FA였던 그는 도로공사에 잔류해 팀을 득점 1위, 오픈 공격 3위, 이동 공격 1위, 속공 2위, 퀵오픈 3위, 시간 차 3위 등 공격 전 부문의 상위권에 올려놓는 견인차 역할을 담당했다. 수비도 빼놓을 수 없다. 임명옥(32)-문정원(26)의 2인 리시브 체제가 효자 노릇을 했다. FA로 영입한 배유나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다. 베테랑들이 중심을 잡게 된 팀 컬러는 챔피언 결정전의 기대를 높인다. 박정아는 "우리 팀은 언니들이 많아서 노련하다“면서 경기가 안 풀릴 때 잘 끌고 간다"고 든든함을 표했다.
정규리그 우승은 이들에게 8부 능선이다. 여자부 6개 팀 중 유일하게 챔프전 우승 경험은 없는 도로공사는 통합우승을 정조준한다. 도로공사는 기업은행-현대건설 승자와 오는 23일부터 챔피언결정전(5전 3선승제)을 갖는다. 이효희는 "그때(3년 전) 한번 실패를 해봤기 때문에 이번에는 분명히 다를 것"이라면서 "배유나와 임명옥, 박정아 등 우승해본 선수들이 왔기 때문에 잘할 수 있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김 감독은 "최종 목표는 당연히 챔프전 우승“이라며 ”우리 팀은 아직 챔프전 우승 트로피가 없다. 부상 선수들과 베테랑들이 회복할 시간을 벌었다"고 필승을 다짐했다.
정재호 기자 kemp@sporbiz.co.kr
[한국스포츠경제 관련기사]
[창간 3주년 특집] 한류 4.0 시대, 빅데이터에 물었다
[창간 인터뷰②] 최문순 도지사가 ‘동네 아저씨’를 꿈꾸는 까닭
[르포] 최저임금 인상의 또 다른 자화상, 이젠 알바가 갑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