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평창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금메달리스트 임효준이 본지와 단독 인터뷰 후 창간 3주년을 축하하고 있다./사진=임민환 기자.
[한국스포츠경제 박종민]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남자 쇼트트랙 1,500m 결승 출발선에 서자 이름이 불렸다. 그 순간 금메달을 따야겠다는 욕심보다는 ‘내가 올림픽 경기장에 서 있는 것이 맞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4년 전 2014 소치올림픽 때는 TV로 쇼트트랙 경기를 지켜봤는데 이 자리에 있는 게 신기했다. 잘 하면 메달을 거머쥘 수 있지만, 못해도 2022 베이징올림픽이 있으니 경험하자는 생각으로 스타트 총성을 기다렸다.
앞만 보고 가고 있는데 남은 바퀴 수를 보니 한 바퀴였다. 많은 생각이 들었다. ‘저 결승선만 밟으면 금메달이다’라는 생각에 결승선만 보고 죽기살기로 달렸다. 1위로 골인했을 때 기뻤지만, 스케이트화 끈을 풀면서도 역시 실감이 나지 않았다. 관중이 많이 온 일반 대회인 것 같은 느낌이랄까. 그날 밤 바로 숙소로 향했지만, 벅찬 감동으로 잠을 3~4시간 밖에 자지 못했다.
여기까지가 임효준(22ㆍ한국체대)이 떠올린 지난달 10일 ‘금빛 질주’의 기억이다. 지난달 28일 서울 강동구 둔촌동 한 카페에서 본지와 단독 인터뷰를 가진 임효준은 대회 최고의 순간을 생생히 기억해냈다. 임효준은 ‘재기의 아이콘’이다. 그는 여러 차례 수술을 받고 올림픽 금메달 획득이라는 꿈을 이룬 오뚝이 선수다.
어렸을 때 축구, 골프, 수영 선수의 길을 모색했지만, 고막이 터진 후 대구 계성초 1학년 빙상부를 통해 쇼트트랙에 입문했다는 그는 파란만장한 인생역정을 덤덤하게 풀어갔다. 정강이뼈, 발목, 손목, 허리압박골절, 인대 파열 등으로 한 총 7차례 수술 가운데 특히 동북고 2학년 진학 전 찾아온 허리압박골절 때가 가장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인터뷰 도중 수술 자국들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는 “더 이상 선수로 못 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의료진으로부터 주의를 들었지만, 간절함이 있었다. 평창올림픽만 보고 달려왔던 터라 포기할 수 없었다. 따라서 치료와 재활을 병행하며 이겨냈다”고 고백했다.
임효준이 본지와 단독 인터뷰 후 창간 3주년을 축하하며 사인을 하고 있다./사진=임민환 기자.
이후 생각이 바뀌었다. 그는 “초반에는 재능을 믿고 운동했지만, 그때부터는 미친 듯이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바꿨다”고 회상했다. 그는 “재활 선생님 등 주위에서 ‘피나는 노력 없이는 잘 될 수 없다’는 말씀들을 해주셨다”며 “당시 보기에는 노력을 별로 안 하는 것처럼 보였을지 몰라도 가까이에서 본 코치님은 내가 얼마나 노력하고 있었는지 알아주셨다”고 밝혔다.
임효준은 “매일 오전 5시 30분에 일어나 오전에 3시간, 오후에 4시간 등 하루 7~8시간 정도 훈련했다”고 힘들었던 지난날을 떠올렸다. 그에게 가장 힘이 됐던 말은 “의심하지 마라”였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도 이 문구가 써 있다”는 그는 “예를 들어 감독님께서 훈련을 내주시면 선수들은 ‘내가 할 수 있을까’라거나 ‘저렇게 많은 걸 어떻게 하지’ 등 의심을 하게 된다. 그럴 때 감독님 같은 분들은 ‘너를 믿고 의심하지 마라’라는 말을 해주셨다. 돌이켜보니 왜 그런 말씀하셨는지 알겠더라. 이번 올림픽에서도 ‘나를 믿고 의심하지 말자’는 생각을 갖고 경기에 임했다“고 했다.
임효준은 훈련 외 시간에 소고기 맛집을 찾아 다니거나 옷을 보러 다닌다. 음악도 자주 듣는데 그의 노래방 18번 곡은 가수 김장훈(51)의 ‘세상이 그대를 속일지라도’다. 최근에는 김창옥(45) 전 서울여대 교수가 선물해준 책 ‘당신은 아무 일 없던 사람보다 강합니다’라는 책도 읽었다. 이 책에 대해 임효준은 “실패를 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실패를 해야 성공할 수 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나아가라는 교훈을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물론 그가 쇼트트랙 외에 가장 심취해 있는 것은 자동차다. 그는 “형들로부터 쇼트트랙보다 자동차에 대해 더 아는 게 많다는 얘기도 듣는다”고 웃었다. 그러나 이내 “훗날 은퇴하면 카레이서가 돼보고 싶다. 배워볼 의향도 있다”고 진지한 속내를 드러냈다.
포털사이트에 임효준을 검색하면 연관검색어로 ‘여자친구’가 뜬다. 현재 여자친구가 없다는 그는 이상형과 관련해서는 “운동 선수는 주말에도 훈련이 있는 등 바쁜 경우가 많다. 그걸 이해해주는 분이면 좋다. 때문에 예체능계통 여성분을 만나고 싶다. 외모적으로는 다리가 예쁜 분이 끌린다”고 미소를 지었다. ‘라디오스타’, ‘런닝맨’, ‘윤식당’ 등 TV프로그램도 즐겨 본다는 그는 호감 가는 남자 연예인으로 지드래곤(30), 여자 연예인으로 걸그룹 레드벨벳의 조이(22)를 꼽았다. 임효준은 향후 미국(뉴욕)과 유럽을 여행하고 싶다고 했다.
임효준은 평창올림픽 쇼트트랙 1,500m 금메달과 500m 동메달 획득으로 엄청난 포상금을 손에 넣게 됐다. 다만 관리는 부모에게 맡길 계획이다. 그는 병역 특례 자격도 취득했다. 이에 대해 “선수로서 2년이라는 시간은 크다. 훈련뿐 아니라 각종 자기계발을 하는 데 잘 활용할 것이다”고 각오를 다졌다. 그가 말하는 자기계발은 중국어, 일본어, 영어 스피치 능력 향상이다.
임효준은 “2026년 올림픽 출전까지는 욕심이 난다. 쇼트트랙 선수가 2~3차례 연속 대회에 나가서 메달을 딴 선수가 잘 없다. (안)현수(33ㆍ러시아명 빅토르 안) 형도 2006년 토리노 대회에 나간 후 2010년 벤쿠버 대회를 건너뛰고 2014년 소치 대회에 출전했다”며 “3개 대회 연속 메달을 따는 게 목표다”고 향후 계획을 언급했다.
“평창올림픽만 보고 달려와서 대회가 끝나니 공허한 감도 없지 않다”는 그는 그러나 “여태껏 평창이라는 목표가 있었기에 어려움들을 다 이겨낼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돌아봤다. 임효준은 “그래서 목표를 재설정하고 마음을 다잡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진천선수촌에서 훈련하다 11일 출국해 17일부터 열리는 캐나다 몬트리올 세계선수권에 출전한다.
박종민 기자 mini@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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