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ㆍ부시 비난도 이어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권력 집중을 두고 “훌륭하다”라고 말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미국 CNN방송은 자체 입수한 녹음을 전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3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마라라고리조트에서 열린 공화당 기부자 초청 오찬행사에서 이렇게 말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시 주석이) 이제 평생 국가주석(President for life)이라고 한다. 그는 그걸 할 수 있었고, 훌륭한 일이다. 우리도 한 번쯤 시도해 볼만한 일”이라고 말했다. 농담에 가깝지만 기회가 있다면 자신도 장기 집권을 하겠다는 이야기처럼 보인다고 CNN은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에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나 압둘팟타흐 시시 이집트 대통령,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 등 독재 지도자에 우호적인 태도를 보였으며 북한 김정은에 대해서도 젊은 나이에 권력 집중을 이뤘다며 “똑똑한 녀석”이란 표현을 쓴 바 있다.
CNN은 이날 연설이 트럼프 특유의 열정적이고 길고 농담 많은 즉흥 연설이었지만 그 내용에는 최근 혼돈에 빠진 백악관의 분위기와 트럼프 대통령의 분노가 반영돼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문제는 조작된 시스템이다. 나는 그 얘기를 항상 해 왔다”라면서 “(내 정부에) 훌륭한 사람들이 많지만 올바르지 못한 사람도 많다”라고 말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수시로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이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이메일 스캔들’ 등을 재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신의 대선캠프가 러시아의 대선 개입에 공모했다는 혐의로 로버트 뮬러 특검의 수사를 받으면서 백악관 관계자들이 줄줄이 수사 대상에 오르자 클린턴을 끌어들여 불편한 심기를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연설에서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도 겨냥했다. 그가 결정한 이라크 침공은 “역대 최악의 결정”이라며 “말벌집에 큰 벽돌을 던진 거나 마찬가지”라고 비난했다. 그는 “그건 부시라는 또 다른 ‘천재’의 결단이었고, (이라크 침공을 유발한 정보는) ‘훌륭한’ 정보로 판명났다”라고 반어적으로 말했다. 부시 전 대통령은 2002년 개전 당시 이라크 전쟁의 근거로 이라크가 대량살상무기를 확보했다는 정보를 제시했지만 이는 확인되지 않은 정보로 드러났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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