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전 센터 양지희 은퇴하고
외국인 선수 2명은 부상 낙마
시즌 초 개막 2연패 굴욕까지
위성우 감독 상중에도 경기 지휘
‘지옥 훈련’ 받은 선수들도 투혼
최종전까지 대승 ‘우리 천하’
올해도 어김없이 여자프로농구는 ‘우리은행 천하’였다.
아산 우리은행이 정규리그 6연패를 달성했다. 우리은행은 4일 아산 이순신체육관에서 열린 신한은행 2017~18 여자프로농구 시즌 최종전에서 인천 신한은행을 78-50으로 꺾었다. 이로써 시즌 성적 29승6패로 2위 청주 KB스타즈(27승7패)의 5일 최종전 결과와 상관 없이 우승을 확정했다. 2012~13시즌부터 정상에 오른 우리은행의 6연패는 인천 신한은행(2007 겨울리그부터 2011~12시즌)이 보유하고 있던 여자프로농구 역대 최다 연속 우승 기록과 동률이다.
2012년 사령탑 부임 이후 만년 하위 팀 우리은행을 완전히 뒤바꾼 위성우(47) 감독의 ‘독한 리더십’은 이번 시즌에서도 그 진가를 보여줬다. 시즌 초반 팀 분위기는 꼬일 대로 꼬여 있었다. 시즌 개막을 앞두고 주전 센터였던 양지희가 은퇴하고, 드래프트로 선발한 외국인 선수 2명이 부상으로 모두 낙마했다. 출발이 어수선했던 우리은행은 통합 5연패를 이루는 동안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개막 2연패에 빠졌다. 위 감독은 “계획대로 되는 시즌이 아니구나”라며 위기를 직감했다.
하지만 5년 동안 위 감독의 혹독한 ‘지옥 훈련’을 견딘 우리은행은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이후 14경기에서 13승1패의 성적으로 전반기를 1위로 마쳤다. 위 감독의 우승 집념은 시즌 막판에도 발휘됐다. 위 감독은 지난달 24일 부친상을 당하고도 우승 향방이 걸린 이튿날 부산의 빈소를 지키다가 KB전을 지휘하기 위해 청주로 이동했다. 위 감독은 “중요한 경기를 치르는데, 선수들과 코치들에게만 맡길 수는 없었다”고 했다. 비록 명승부 끝에 분패했지만 팀은 더 단단해지는 계기가 됐고, 4일 최종전에서 6연패의 결실을 이뤘다.
위 감독의 조련 속에 ‘우승 맛’을 알게 된 박혜진(28)과 임영희(38)는 이름 값을 높였다. 박혜진, 임영희는 올 시즌 전 경기를 뛰며 각각 평균 14.5점과 11.7점을 넣었다. 특히 박혜진은 리그에서 가장 많은 경기당 평균 38분15초 동안 코트를 누빈 ‘철인’으로 팀 동료를 살리는 어시스트(5.1개) 부문도 1위를 차지했다. 개인 통산 4번째 정규리그 최우수선수상(MVP) 또한 사실상 예약했다. 위 감독은 “농구를 잘하는 선수는 기복이 없어야 한다”며 “그런 면에서 ‘노력형’ 박혜진이 잘한다는 얘기를 듣는다”고 칭찬했다.
내년이면 우리 나이로 불혹을 맞는 ‘맏언니’ 임영희는 지난 시즌(28분45초)보다 오히려 이번 시즌(31분30초) 출전 시간이 늘었다. 전성기 시절의 파괴력은 아니지만 노련함으로 경기 흐름을 읽는 능력이 탁월하다. 지난 2일 부천 KEB하나은행전에서는 상대 선수와 부딪쳐 코뼈를 다쳤지만 코트를 계속 지키는 투혼을 발휘했다. 위 감독은 임영희를 볼 때마다 “짠하다”고 미안해하면서 “박혜진의 역할도 크지만 임영희 덕분에 팀이 올라와 있다”고 고마워했다.
2007~08시즌부터 2010~11시즌까지 경기당 평균 18점 이상을 꾸준히 넣었던 ‘득점 기계’ 김정은(31)은 12년간 몸 담았던 KEB하나은행(전신 신세계 포함)을 떠나 ‘한 물 갔다’는 평가를 딛고 부활에 성공했다. 고질적인 무릎 통증 탓에 지난 세 시즌 동안 코트를 비운 날이 많았지만 2013~14시즌(35경기) 이후 처음으로 30경기 이상을 뛰었다. 올 시즌 평균 12.8점으로 재기를 알렸지만 본인 스스로는 “아직 멀었다”며 채찍질을 가한다. 위 감독은 김정은을 두고 ‘독종’이라며 완벽한 몸 상태가 아닌데도 뛰는 정신력을 높게 평가했다. 또 대체 외국인 선수로 합류한 나탈리 어천와(26)는 ‘복덩이’다. 갑작스럽게 합류한 탓에 시즌 초반 겉도는 모습을 보였지만 경기를 거듭할수록 빠르게 녹아 들었다. 평균 16.2점을 넣고 11.2개의 리바운드를 잡는 등 꾸준한 활약도 인상적이었다. 위 감독은 “흑인 선수들처럼 신체 능력이 뛰어나지는 않지만 한 템포 빠른 농구를 하는 똑똑한 선수”라고 만족스러워했다.
김지섭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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