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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흥부’ 정진영 “국정농단 3인방 참고? 평범한 악역 재미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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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흥부’ 정진영 “국정농단 3인방 참고? 평범한 악역 재미없어”

입력
2018.03.03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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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스포츠경제 양지원] 영화 ‘흥부’의 악역 조항리가 매력적인 이유는 정진영의 입체적인 연기가 빛났기 때문이다. 성공과 이익을 위해서라면 물불 안 가리는 냉혈한을 풍자적이고 해학적으로 표현하며 극의 재미를 더했다. 단순히 단면적인 악역이 아닌 교활하면서도 천박한 악역을 생동감 넘치는 연기력으로 표현하며 시선을 사로잡았다.

-‘흥부’에 출연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시나리오를 일찍 받았는데, 다른 작품을 촬영하고 있을 때라 결정을 못 내리고 있었다. 그러다 제작진과 만났고 인상만 쓰는 악역이라면 매력을 못 느낀다고 했다. 내가 하고 싶은 조항리 캐릭터를 말했고, 그렇게 해도 된다는 답을 받았다. 그 때 이 작품에 출연하기로 결정했다.”

-국정농단 3인의 모습을 참고해 연기했다고 말했는데.

“그냥 야심가로 표현하는 건 재미가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용의주도하고 교활하며, 천박한 모습들이 잘 어울러진 인물이라면 좋을 것 같았다. 우리가 2년 사이에 하도 여러 가지 일들을 겪지 않았나. 그 (3인방) 모습을 다 합치면 하나의 인물이 되겠다 싶었다. 자유롭게 연기할 수 있었다.”

-촬영장에서 가장 선배였는데 후배들과 호흡은 어땠나.

“제가 (김)주혁이나 정우와 붙는 장면이 많지 않았다. 김응집(김원해)과 붙는 신이 많았다. 사실 나이 많은 선배라고 해서 연기를 하며 다르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다 동료니까. 상대방이 연기하는 걸 존중해줘야 한다고 본다. 각자 연기를 준비해 오는데 이래라 저래라 할 이유는 없다.”

-고(故) 김주혁과 전혀 상반된 형제를 연기했다. 촬영장에서 어떤 배우였나.

“주혁이랑 직접 붙는 장면은 몇 안됐지만 워낙 좋은 배우다. 모두가 알겠지만 참 선한 사람이다. 사실 불의의 사고가 일어나기 일주일 전에 포스터 촬영을 할 때 만났다. 그게 마지막일 줄은 생각도 못했다. 참 허망하다. 주혁이 이야기를 한다는 게 참 조심스럽다. 혹시라도 누가 될 까봐, 마케팅적으로 보일까 봐. 여전히 화면 속에서 주혁이는 살아 있는 배우다.”

-홍상수 감독의 영화 ‘클레어의 카메라’ ‘풀잎들’ 등에 연이어 출연했다.

“작은 영화들을 계속 하고 싶다. 이 뿐 아니라 ‘거위를 노래하다’도 개봉을 앞두고 있다. 작은 영화만이 갖는 자유로움이 있다. 큰 상업영화를 하게 되면 제작자도, 감독도, 배우도 꿈쩍할 수 없다. 그만큼 큰 돈을 들인 영화니까 압박감이 엄청나다. 하지만 예산이 작은 영화는 상대적으로 부담이 훨씬 적다. 더 자유롭게 연기할 수 있는 바탕이 된다.”

-정치나 사회적인 목소리를 낼 때 두려움을 느끼지 않는 것 같다.

“꼭 그런 건 아니다. 사실 작품을 고를 때도 사회적 메시지 유무를 판별하지는 않는다. 어느 정도 가산점을 주긴 하지만 어디까지나 다양한 영화를 해보고 싶은 마음에서다. 물론 반사회적인 메시지에 출연해서는 안 되겠지. (웃음)”

-‘흥부’의 주된 메시지는 희망인데 실제로 희망을 품고 살고 있나.

“내게도 꿈이 있고 희망이 있다. 당장 뭐라고 말할 수 없지만 사람에게는 꼭 있어야 하는 것들이라고 생각한다. 희망과 꿈이 없다면 참 힘든 것 같다. 대단한 부귀영화가 아니더라도 자신이 소망하는 바는 있어야 하니까. 집사람과 연애할 때는 만나는 것 자체가 희망이었다. (웃음)”

-직접 연출을 하거나 제작을 할 계획은 없나.

“어렸을 때 꿈은 연출가가 되는 것이었지만 그 후 직업배우로 살면서 엄두를 못 냈다. 주류 영화에 출연하다 보니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닌 것 같더라. 남에게 피해가지 않을 정도의, 감당할 수 있을 정도의 작품은 하고 싶긴 하다. 그 꿈을 갖고 있는 것 자체가 희망이다. 시나리오를 쓰고 버리는 작업은 한다.”

사진=임민환 기자 limm@sporbiz.co.kr

양지원 기자 jwon04@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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