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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적 한번 부여하면 번복 안 돼… 해외인재 유치 위해 영주권 제도 확대를”

입력
2018.03.03 09:00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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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적 보상도 필요하지만

그들의 능력만 뽑아 쓰지 말고

진정한 동료로서 끌어 안아야”

“해외 고급 인재에는 경제적 보상도 필요하지만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해 만족감을 느끼게 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그들의 능력만 뽑아내려 하지 말고 한국 사회의 진정한 구성원으로 받아 안아야 합니다.”

[저작권 한국일보]해외 고급 인력 관리 전문가인 오정은 한성대 교수가 2일 자신의 연구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해외 우수 인재 유치를 위해 귀화를 통해 국적을 곧바로 주기 전에 영주권을 부여하는 방법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신상순 선임기자 ssshin@hankookilbo.com
[저작권 한국일보]해외 고급 인력 관리 전문가인 오정은 한성대 교수가 2일 자신의 연구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해외 우수 인재 유치를 위해 귀화를 통해 국적을 곧바로 주기 전에 영주권을 부여하는 방법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신상순 선임기자 ssshin@hankookilbo.com

오정은 한성대 교수(크리에이티브 인문예술대 이민다문화전공)는 2일 해외 고급 인력을 더 많이 유치하기 위해서는 외부 인재들이 한국 사회에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 줘야 한다고 말했다. 유엔 산하 국제이주기구(IOM) 이민정책연구원 연구교육실장 출신의 그는 국내에서 손꼽히는 해외 고급 인력 관련 전문가로 법무부 사회통합프로그램 자문위원회 위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제연구인력교류사업 운영위원회 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_평창 올림픽에 15명의 특별 귀화 선수가 국가대표로 뛰었다. 과거에 비하면 상당히 많은 인원이다.

“특별 귀화에 대한 국민 여론이 우호적으로 바뀌었다. 지난 소치 올림픽 때 안현수 선수가 러시아 국가대표로 출전해 금메달을 따고 러시아 쇼트트랙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 것을 지켜보면서 우수 인재 귀화를 긍정적으로 인식하게 된 것 같다. 메달도 중요하지만 비인기종목의 수준을 높이고 국민의 관심을 모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높아졌다. 그런 여론을 감안해 정부(법무부)도 스포츠 선수들의 귀화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승인한 것으로 보인다.”

_올림픽 뒤 귀화 선수들이 한국을 떠나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있다

“선수들도 나름대로 한국 국적을 가져야 할 필요가 있었지만 우리가 국익을 위해 외국인 선수들을 적극 유치한 결과다. 특별 귀화는 이중 국적을 허용하니까 귀화자들이 한국을 떠날 가능성이 높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귀화자들이 한국어도 공부하고 한국에서 오래 살고 싶은 환경을 만드는 것은 기존 구성원의 몫이다. 우리는 귀화자가 한국에서 한국 국민으로서 각자 능력을 발휘하고 최선을 다할 수 있게 여건을 만드는 데 집중해야 한다.”

_여건이라면 구체적으로 무엇을 말하는가

“소속감을 갖도록 해야 한다. 특별 귀화자를 포함해 우수 인재들에게 경제적 보상만 해주면 된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그들은 각자 분야에서 어떤 결과물을 내고 그로 인해 자신과 한국 사회 모두 발전했다는 평가를 받고 싶어 한다. 이를 위해 스포츠 선수에게는 뛸 수 있는 팀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또 한국에 왔다가 예정보다 빨리 떠난 외국인 교수들을 인터뷰했더니 한국 대학이나 교수들은 자신을 동료가 아닌 강의나 발표만 열심히 하면 되는 사람으로 여기는 것이 가장 실망스러웠다고 했다. 가족이 한국 생활을 얼마나 만족스러워하는지도 중요하다. 정작 자신은 한국 생활에 만족해도 아내와 아이들이 교육, 직장 문제 등으로 적응을 못 하면 떠날 것을 심각하게 고민하는 경우가 많다.”

체육 분야 우수인재 특별 귀화자 현황. 강준구 기자
체육 분야 우수인재 특별 귀화자 현황. 강준구 기자

_인재들이 올수록 국내 인력이 설 공간은 줄어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대학들도 처음엔 국제화 지수를 높여 정부 지원금을 더 받기 위해 외국인 교수와 대학원생들을 경쟁적으로 유치했지만, 그 수가 늘면서 ‘놀고 있는 한국 박사도 많은데 왜 굳이 외국인 교수를 뽑느냐’는 반발이 커지고 있다. 외부 인재들이 기존 인재들과 함께할 때 생기는 시너지가 소홀히 다뤄진 측면이 있다. 우리끼리 있을 때 잘 몰랐던 정보, 새로운 아이디어, 인적 네트워크 등 외부 인재들의 장점을 살릴 수 있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 특히 당장의 효과에만 집착하지 말고 좀 더 긴 호흡으로 기다려야 한다.”

_외부인을 배타적으로 대하는 사회 분위기도 극복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좋은 인재를 더 많이 데려오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더 열린 사회가 돼야 한다. 피부색, 인종에 따른 차별이 예전보다 줄었지만 우리는 여전히 같은 외국인 밀집 지역이라도 선진국 출신 외국인 밀집 지역과 개발도상국 출신 외국인 밀집 지역을 다르게 인식한다. 미디어도 비슷한 범죄라도 외국인이 범인이면 더 크게 다룬다.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외국인임을 강조하면 역효과가 날 수 있다. 외국인을 배려한다면서 공간을 따로 만들면 내국인은 더 안가고, 다문화 행사를 하면 다문화 아이들만 가는 식이다. 평범해 보이지만 다 같이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는 분위기가 필요하다. 한국 사회의 일원으로 당연히 내가 속한 한국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마음이 생기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저작권 한국일보] 귀화에 의한 국적취득현황. 송정근 기자
[저작권 한국일보] 귀화에 의한 국적취득현황. 송정근 기자

_비자 등 제도적인 부분에서 고려해 볼 부분은 없을까

“미국 등 전통적 이민 국가들이 해 온 영주권 전치주의를 정착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 귀화 시험을 통과했다고 해서 모두 한국 사회에 잘 적응하는 모범적 한국인이 될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다. 그런데 일단 국적을 부여하면 돌이킬 수 없다. 국적 부여 전 단계로 영주권 제도를 활용하여, 한국 사회에서 영주할 준비가 되었는가 확인한 다음에 국적 부여를 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다. 참고로, 주요 선진국에서 외국인 우수 인재를 유치할 때 국적 부여보다 영주권 부여를 더 활발하게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 ”

박상준 기자 buttonp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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