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초 전후가 대학 1학기 등록금을 납입하는 시기라 학생이나 학부모나 마음이 급하다. 학부모 회사에서 등록금을 보조해 주면 사정이 낫겠지만, 온전히 다 월급에서 떨어져 나가야 한다면 부담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사립 예술대에 다니는 아이의 등록금 고지서를 보니 460만원에 육박한다. 1년이면 920만원이다. 여기에 학생회비와 학생자치 잡지 편집비, 동창회 입회비 등 기타납입금도 학기당 4만원 이상이 추가된다. 족히 50대 대기업 정규직 샐러리맨의 두 달치 평균 월급에 해당한다. 용돈이나 책값 등은 별도다.
▦ 예술대 등록금은 왜 유난히 비쌀까. 예술대 학생 등이 얼마 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예술대 등록금이 국ㆍ공ㆍ사립을 가릴 것 없이 비싼 이유를 알고 싶어서다. 이들은 대학 등록금이 너무 비싸 가계에 큰 부담이 될 뿐 아니라 학생들이 사회에 진출하기도 전에 신용불량자로 전락한다고 우려했다. 특히 사립 예술대 학생들은 인문ㆍ사회계열 학생보다 평균 100만원 이상의 등록금을 더 내지만, 누구도 이유를 설명해준 적이 없다고 했다. 결론은 등록금 산정근거를 공개하라는 것이다.
▦ 대학 등록금 인상률은 한동안 물가상승률을 크게 웃돌았다. 교육부에 따르면 2000년 451만1,000원이던 국내 4년제 사립대 연평균 등록금은 지난해 739만9,000원까지 치솟았다. 64%나 올랐다. 국ㆍ공립대는 더 심하다. 2000년 219만3,000원이던 게 지난해 413만5,000원으로 89%나 뛰었다. 물가상승률과 비교하면 사립은 40만원, 국공립은 70만원 정도가 더 오른 셈이다. 정부가 2010년 이후 등록금을 동결했는데도 2008년까지 인상률이 7~10%였던 탓에 3~4년은 더 묶어야 물가상승률에 근접한다는 계산이다.
▦ 미국도 대학등록금 고공행진으로 골머리를 앓는다. 빅데이터 전문가 캐시 오닐의 저서 ‘대량살상 수학무기’에 따르면 1985년부터 2013년까지 미국 대학등록금은 500% 이상 올랐다. 물가상승률의 4배다. 우수학생 유치를 위해 유리벽으로 된 학생회관, 호화 기숙사, 암벽등반 시설과 월풀 욕조를 갖춘 체육관 건설 등 호화건축 바람이 분 탓이다. 우리는 어떨까. 대학 졸업 후 30년 만에 모교에 갔다가 엄청난 변화를 목격했다. 시설은 호텔급이 됐지만, 교육 내용이 좋아졌다는 평가는 별로 없다.
조재우 논설위원 josus62@hyankookilb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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