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3개월 간 이행 상황 점검 후
미흡하다 판단될 땐 입법화 추진
‘표현의 자유 위축’ 우려와 함께
“美의 유럽 검열 강화” 지적도 나와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구글 등 정보기술(IT) 기업들을 향해 “테러 관련 게시물에 대한 고지를 받으면 1시간 내에 삭제하라”는 새로운 지침을 내놨다. 향후 3개월 간 이행상황을 점검한 뒤 충분치 않다고 판단되면 이를 입법화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증오 발언이나 이슬람국가(IS) 선전, 테러공격 준비 및 자금 조달 등 테러 유발 가능성이 있는 불법 온라인 콘텐츠의 확산을 막기 위해선 ‘보다 신속한 대응’이 필요하다면서 IT 기업들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고 나선 셈이다.
1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과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안드루스 안십 유럽연합(EU) 집행위 부위원장은 이날 이러한 내용을 골자로 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그는 “우리는 시민들의 시민들의 보안과 안전, 기본적 권리에 심각한 위협이 되는 테러 선전물 등 불법 콘텐츠에 더 빠르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SNS 기업이 ‘위험 게시물 차단’을 위해 자정 노력을 기울이기로 한 EU와의 종전 합의에서 한발 더 나아가 명확한 목표를 제시하고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한 것이다.
특히 EU 측은 앞으로 3개월 동안 ‘1시간 룰’의 준수 여부를 살펴본 후, 명백한 개선이 없을 경우 ‘이슈의 긴급성’에 따라 오는 5월쯤 관련 법안을 채택할 수 있다고도 밝혔다. 20년 전 마련된 EU 규정으로 SNS 기업은 현재 발행인이 아니라 ‘정보 호스트’로 분류돼 게시물과 관련해 법적 책임이 없지만, 이제부터는 자율적 관리에만 맡기지 않고 법으로도 ‘감시 의무’를 강제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라는 뜻이다. 최근 수 년 간 유럽 지역에서 IS의 극단주의에 물든 이른바 ‘고독한 늑대’들의 테러가 잇따랐던 게 이 같은 EU 처방의 배경이 됐다고 신문들은 전했다.
FT는 아직까진 법제화에 나서지 않은 EU의 접근법이 독일과는 대조적이라고 평가했다. 독일은 올해부터 증오 콘텐츠나 아동포르노 등을 방치하는 소셜미디어 기업에 최고 5,000만유로(640억원)의 벌금을 부과하는 법률을 시행하고 있다. 안십 부위원장은 “독일은 ‘의심 수준’에서도 게시물을 삭제해야 하기 때문에 표현의 자유를 보장한다고 보기 어렵다. EU는 기본적 권리 보호를 위해 안전장치를 (먼저) 제안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EU 방침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예컨대 구글이 현재 신고된 동영상의 98%에 대해 ‘24시간 이내 검토’를 시행하고 있는 등 기업들의 노력이 계속 진행되는 상황에서 ‘1시간 룰’의 도입은 오히려 게시물 삭제를 더 힘들게 하고 기업들의 부담도 가중시킨다는 주장이다. 유럽의 IT기업 자율협의체인 EDiMA의 대변인은 “긴급 상황은 인정하지만, 기본적인 권리를 지키면서 사용자를 보호해야 할 책임의 균형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반대로 근본적인 해법은 입법화뿐이며, 이번 조치는 미진한 수준이라는 지적도 있다. 유럽디지털권리그룹은 가디언에 “EU의 접근방식은 (미국 기업이 대다수인) 인터넷 거인들에게 유럽에 대한 검열을 맡기는 것으로, 오로지 관련 법률 제정만이 민주적 감시와 사법적 검토를 확실히 보장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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