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정재호]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는 최문순 도지사/사진=임민환 기자
“동네 아저씨요.”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른 최문순(62) 강원도지사에게 앞으로 어떤 정치인으로 기억되고 싶으냐고 묻자 돌아온 답이다. 한순간 웃음이 돌았다. 인간 최문순다운 발상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유를 들어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최 지사는 “참 부러운 게 유럽 같은 곳에 가면 총리나 대통령이 혼자 돌아다닌다”며 “별 거 아닌 것 같지만 상당한 상징성을 지닌다. (그들처럼) 권위를 내려놓고 동네 아저씨 같은 정치인이 되고 싶다. 피라미드 방식의 시대는 끝났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같은 걸 보면 그 구조를 깨라고 사람들이 요구하는데 계속 바뀌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최 지사는 스스로를 “촌놈”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고향이 지금은 없어졌지만 강원도 춘성군”이라면서 “춘천시에서도 한참을 들어가는 곳이다. 학교도 이 지역에서 다니고 여기서 자랐다. MBC에는 1984년도에 입사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돌아보면 올림픽과 인연이 많은 게 84년 입사 때 86년 아시안게임과 88년 서울올림픽을 대비한 올림픽 준비위원으로 뽑았다. 그 해 일 년에 두 번 신입사원을 충원했다. 손석희(JTBC 사장)ㆍ박광온(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월에 입사했고 나는 12월에 들어왔다”고 덧붙였다.
학창시절에 공부를 잘했을 것 같다고 하자 “방송사에 들어가기가 힘들다는데 그때는 신문기자가 어려웠고 방송은 지금처럼 어렵지는 않았다. 강원대학교를 다니고 서울대 대학원을 2년 다닌 뒤 군대 갔다 와서 잡은 첫 직장이 MBC”라고 껄껄 웃었다.
이런 성장 배경이 편안한 이웃 아저씨 같은 인상이면서도 일을 할 때는 누구보다 열정이 넘치는 최 도지사를 만들었다. 그는 “MBC 기자 생활이 끝나고 사장을 했다”면서 “기자 시절 노동조합 활동을 하다 해고가 된 적도 있다. 그 뒤 민주당 비례대표로 국회의원이 됐고 이광재 전 지사가 중간에 그만 두게 돼 보궐선거를 하게 됐는데 선배인 엄기영 후보와 붙는 등의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취임하게 됐다. 그 해 올림픽 유치에 들어갔다. 앞에서 작업을 해놓았고 유치는 내가 가서 했다. 2011년부터 7년간 첫 준비부터 완료까지 나로서는 영광스러운 자리”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최문순 도시자/사진=임민환 기자
7년이 흐른 현재 최 지사는 뇌 구조는 강원도와 강원도민뿐이다. 매 질문마다 “우리 도민이 행복하기 위해서, 우리 도를 위해”라는 말을 빼놓지 않는다. 그래서 가족들에게는 상대적으로 소홀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 항상 미안함으로 남는다. 최 지사는 “지금껏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은 우리 집사람”이라며 “제일 정적이기도 하다. 도지사를 다시는 못 나가게 하고 나가면 이혼하잔다. 사사건건 시비를 걸지만 나를 위해 고생을 엄청나게 많이 했다. 아내는 미술선생님이었는데 중매로 만나 87년도에 식을 올렸다. 이제껏 내 뒷바라지와 가족을 위해 헌신한 사람”이라고 고마움을 표했다.
최 지사가 많은 이의 예상대로 3선에 도전하고 당선된다면 강원도민 모두가 일자리 걱정 없이 모든 가정에 행복이 깃드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 남은 최대 과제다. 최 지사는 “벨기에에서 먼저 시작한 겐트 시스템이라는 것이 있다“며 노ㆍ사ㆍ정 모두가 좋아하는 시스템으로 북유럽 복지국가의 핵심 정책이 바로 이것”이라고 언급했다. 겐트시스템은 1901년 벨기에 겐트 지방에서 시작됐으며 덴마크가 대표적인 모델 운영국가다. 지방정부가 노조 기금에 재정적 지원을 하면서 도입된 노조 주도 공제 제도다. 최 지사는 “쉽게 말해 적금이다. 예를 들어 회사에서 10만원을 매년 부어주면 본인도 10만원을 내고 도에서 20만원을 부어주는 식이다. 우리나라는 강원도만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 지사는 “사람들이 경쟁으로 내몰려 있다. 식당을 운영하는 분들이 죽든지 말든지 상관을 않는다. 이런 체제를 국가가 하나하나 관리하는 체제로 바꿔서 보호 받고 있다는 느낌을 줘야 한다. 일자리를 잃어도 괜찮고 아파도 괜찮고 돈 없어도 교육 시킬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가자”고 당부했다.
강릉=정재호 기자 kemp@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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