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이익 지키려 단호히 대응”
日 ‘안보 빌미 무역장벽’ 비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수입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각각 관세 25%, 10%를 부과하겠다는 방침을 밝힘에 따라 관련국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중국 정부는 2일 미국의 이번 조치가 무역 전쟁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강력한 맞대응 방침을 시사했다. 왕허쥔(王賀軍) 중국 상무부 무역구제조사국장은 이날 성명을 내고 만약 미국이 중국산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관세 폭탄’을 부과하면, 중국 또한 미국산 수입품에 대해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 조치를 발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중국은 미국이 다자간 무역 시스템을 존중하고 세계 각국과 정상적인 무역 질서를 유지하길 바란다”며 “미국이 수입하는 (중국산) 철강 및 알루미늄 제품은 중저가 제품이며 미국의 국가 안보에 어떤 손상도 끼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이날 브리핑에서 “세계 다른 국가들이 미국의 사례를 따를 경우, 세계 무역이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며 ‘무역 전쟁’ 가능성을 경고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경제 부문 책사로 알려진 류허(劉鶴) 중국 공산당 중앙재경영도소조 판공실 주임이 미중 통상갈등을 풀기 위해 방미 중인 가운데, 류허가 미 워싱턴에서 관계자들과 이 문제에 대해 건설적인 의견 교환을 했다고 중국 정부는 밝혔다.
앞서 중국 상무부는 지난달 28일 미 무역대표부(USTR)가 발행한 보고서와 관련해 “막대한 우려”를 표명하기도 했다. 1일 신화통신에 따르면 중국 상무부 산하 미국 및 오세아니아 지역 담당자는 성명을 내고 “중국은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이후 관세를 삭감하고, 시장을 개방하는 등 약속을 잘 이행해 왔는데, ‘2018 무역정책 어젠다’, ‘2017 연례 보고서’에 담긴 내용은 이 같은 노력을 간과하고 있다”며 “양국은 상호이익을 확대하기 위해 각국의 차이점을 건설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도 반대 입장을 밝혔다. 세코 히로시게(世耕弘成) 경제산업부 장관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동맹국인 일본의 철강과 알루미늄을 수입하는 건 미국의 국가 안보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는다”며 국가 안보를 빌미로 무역 장벽을 높이려는 미국의 전략을 비판했다.
유럽연합(EU)과 영국도 우려를 표명했다. 장 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은 2일 성명을 내고 “우리는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노골적인 개입으로 보이는 미국의 이번 조치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시한다”며 “EU는 우리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그러면서 “집행위는 며칠 내 상황을 재조정하기 위한 대응책을 미국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영국 정부도 성명을 내고 “우리는 이번 발표가 실제로 무엇을 의미하는지 미국과 의견을 나누고 있다”며 “우리는 특히 영국 철강과 알루미늄 산업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조치에 우려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관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거론되는 캐나다 정부 역시 미국의 결정에 대해 “절대로 수용할 수 없다”는 뜻을 밝히며 보복 조치를 예고했다. 크리스티아 프릴랜드 캐나다 외교부 장관은 이날 성명을 내고 “캐나다의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규제가 가해진다면, 우리는 무역 이익과 노동자들을 지키기 위해 이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캐나다는 자국산 철강 제품을 미국에 가장 많이 수출하는 나라다.
채지선 기자 letmekno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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